
법원이 대선개입 수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는 검찰에서 이 같은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하지만 무죄가 선고된 뒤 김 전 청장은 법원을 나서며 "믿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고 그가 언급한 '믿어주신 모든 분들'이 누굴까 생각해봤다. 그동안 김 전 청장이 국민 앞에서 보여준 모습을 떠올려보면 모든 분들 안에 과연 국민이나 부하 경찰도 포함될까 의심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두 차례나 증인 선서를 거부하며 국민이 바라보는 앞에서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파행시켰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오죽하면 당시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 김 전 청장의 행동이 옳지 못했다고 지적했을까.
"여당은 국감에서 피감기관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던 황영철 의원마저도 김 전 청장의 태도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증인으로 나선 이가 선서를 거부한다면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겠느냐"며 애써 김 전 청장을 설득하려던 이재오 의원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 경찰관들의 사기가 떨어졌고 경찰조직의 명예도 실추됐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행동들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무죄 입증이 처음부터 그렇게 자신 있었다면 국민 앞에서, 그리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비롯한 부하 경찰관들이 보는 앞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증인 선서를 하는 것이 도리였다.
김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무죄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 법원의 판결 자체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도 무죄 선고에 오히려 더 많은 의혹과 반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김 전 청장에 대해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 김 전 청장이 말한 '믿어주신 모든 분들'은 이 중 어느 한 쪽에만 해당되는 셈이다.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가 이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경찰조직과 국민에게 큰 불신만 쌓아 놓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