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너간 국정원 '셀프개혁', 검찰의 '셀프수사'는?

물건너간 국정원 '셀프개혁', 검찰의 '셀프수사'는?

이하늘 기자
2014.03.12 14:14

"객관적·철저한 수사해야"…특검도입 목소리 높아져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이 점차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정원의 자구책이 결국 '셀프개혁'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이번 의혹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팀도 자체적인 내부 수사를 하는 상황이어서 '셀프수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증거조작 의혹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2일 이번 증거조작에 깊이 관여한 국정원 조력자 김모씨(61)를 체포한데 이어 참고인 자격으로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씨(34)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

국정원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검찰청 내부./뉴스1= 최영호 기자
국정원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검찰청 내부./뉴스1= 최영호 기자

◇국정원 수사 속도내는 검찰, '제 식구'에도 칼날 들이밀 수 있을까

지난 7일 기존 조사팀에서 수사팀으로 체제를 전환하고 인력을 충원한 검찰은 10일 국정원 압수수색에 이어 12일에도 추가적인 수사절차를 진행하며 발 빠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번 증거조작과 관련해 담당검사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까지 답보상태다. 지난달 26일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이번 사건의 수사·공판에 참여한 검사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를 수사팀에 배당했지만 아직까지 국정원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자구책을 준비하는 동시에 이번 증거조작에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 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7월 "국정원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12월 자체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검찰 역시 이번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수사에서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수사팀은 공보부 검사들을 완전히 배제했다. 팀장 역시 대검 강력부장인 윤갑근 검사장이 맡았고, 노정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 등 수사팀 전원이 비 공안부서 인력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수사팀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펼칠 것이라며 신뢰를 주는 시선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검 도입 목소리 불거져···수사효과는 미지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0일 임정혁 대검 차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과거 검찰 내부에 문제가 있을 때 특임검사제를 통해 내부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나선만큼 이번 사건도 국정원 수사와 담당 검사 수사를 두개의 트랙으로 나눠야 한다"며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과 검찰의 협력관계는 공안파트에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강력부 등으로 구성된 수사팀이 국정원 봐주기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이번 증거조작에 담당 검사들이 가담 혹은 인지한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 조직 전부가 큰 상처를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황 때문에 야당 및 시민단체들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 역시 이번 증거조작과 전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특별검사 도입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증거조작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정부가 특별검사를 도입할 가능성 역시 낮지 않다.

다만 특별검사 도입을 해도 국정원 윗선에 대한 처벌 및 담당검사에 대한 형사처리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법조계 등의 분석이다.

전직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 압수수색은 일단 기업과 달리 국가기밀 등이 묶여 있기 때문에 전방위 적인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국정원 수뇌부가 증거조작을 인지했거나 지시했다 해도 이를 수사를 통해 밝힐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진행했다면 그 사실 자체가 국정원이 무능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동렬 율촌 변호사 역시 "검찰이 국정원에서 보낸 외교문서의 관인이 진짜인지 확인할 책임까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담당 검사가 국정원 증거가 위조됐다고 의심하기 어렵고, 증거조작을 인지했다거나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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