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톡 전송된 10시17분, 이미 구조된 선원들은…

마지막 카톡 전송된 10시17분, 이미 구조된 선원들은…

진도(전남)=박소연 기자
2014.04.29 08:10

[세월호 참사]사고당시 상황 재구성

세월호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카카오톡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16일 10시17분 당시 동영상 캡쳐 사진. 좌현으로 120도 가량 뒤집어져 선체 대부분이 침몰돼 있는 상황이다. /사진=서부지방해양경찰청
세월호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카카오톡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16일 10시17분 당시 동영상 캡쳐 사진. 좌현으로 120도 가량 뒤집어져 선체 대부분이 침몰돼 있는 상황이다. /사진=서부지방해양경찰청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17분. 여객선 '세월호' 선내에서 단원고 학생의 마지막 카톡이 전송됐다. 그 즈음 전해진 또 하나의 카톡.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안내방송 이후 다른 안내방송을 해주지 않아요."

이 시간은 해경 경비정이 도착한 뒤 50여분, 이준석 선장(69)과 승무원들이 배를 버리고 탈출한지 30분 이상 지난 때다. 세월호는 이 순간 이미 좌현으로 120도 가까이 기울고 있었지만 승객들은 꿋꿋이 생존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쪽같은 30분 동안 선원들은 무엇을 했나. 먼저 탈출하는 데 급급한 선원들은 구명벌을 내리거나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은 사고 해역에 오전 9시35분쯤 도착했다. 최초 사고발생 시간 8시48분으로부터 47분이 지난 시점이다.

당시 세월호는 좌현으로 50도 가량 누워있었으며 선수 갑판에 20여개의 컨테이너 박스들이 흩어져 있었다. 해역에는 민간상선과 해경 헬리콥터, 구명벌 1정만이 떠 있었을 뿐이었다.

해경은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함내 방송장치를 통해 바다에 뛰어들라고 대공방송을 했다. 해경이 공개한 당시 동영상에서 이 탈출 안내방송은 잘 들리지 않는다. 세월호 선내에서도 잘 들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해경은 선내에 진입해 방송하려 했지만 선체가 가파르게 기울어져 있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밖으로 뛰어내린 승객을 우선적으로 구조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하자는 전략이었다. 탈출 안내방송 3~4분 후 좌현 선미 쪽에서 승객 일부가 나와 구출했다. 해경은 조타실에서도 사람들을 발견해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선원 7명을 구조했다.

해경은 28일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 구조상황이 담긴 9분 45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해경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선장 이준석(69)씨 등 선박직 선원 15명은 세월호가 침몰한다고 전남소방본부에 최초로 신고된 오전 8시52분에서 40여분이 지난 오전 9시35분부터 탈출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실 선원 8명이 세월호에서 가장 먼저 탈출을 시작한 모습도 해당 영상에 담겨있다. 16일 오전 9시 30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서 이준석 선장(하의 속옷차림에 맨발을 한 이)과 선박직 선원들이 세월호에서 탈출하고 있다. 해경이 공개한 영상에서 갈무리했다. /사진=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해경은 28일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 구조상황이 담긴 9분 45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해경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선장 이준석(69)씨 등 선박직 선원 15명은 세월호가 침몰한다고 전남소방본부에 최초로 신고된 오전 8시52분에서 40여분이 지난 오전 9시35분부터 탈출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실 선원 8명이 세월호에서 가장 먼저 탈출을 시작한 모습도 해당 영상에 담겨있다. 16일 오전 9시 30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서 이준석 선장(하의 속옷차림에 맨발을 한 이)과 선박직 선원들이 세월호에서 탈출하고 있다. 해경이 공개한 영상에서 갈무리했다. /사진=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이 선장은 바지와 양말, 신발을 신지 않은 채로 해경이 던진 줄을 잡고 배에서 탈출해 경비정에 올랐다. 승객 구조 활동에 참여하기는커녕 넋이 나간 모습으로 균형도 제대로 못 잡고 엉거주춤했다.

선원들 역시 제복을 벗고 조타실 옆의 구명벌도 작동시키지 않은 채 가장 먼저 사고현장을 탈출했다.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 선원 중 누군가는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이들 승무원들은 일반 승객과 잘 구분되지 않았다. 당시 구조된 선장과 승무원들은 해경에게 자신들의 신원을 전혀 밝히지 않은 채 도망쳤다. 해경은 이들이 승무원들인지 까맣게 몰랐다.

구조된 이후 선장이나 승무원은 승객 구조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경에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위치를 알려주며 탈출을 돕지도 않았다. 선원들이 속속 탈출하는 도중 다른 승객들은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동영상 속에는 구조활동에 그나마 참여하는 것은 15명의 생존 선원 중 1명뿐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손길을 기다렸다. 숨진 단원고 2학년 고(故) 박수현군(17)에 의해 촬영된 사고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촬영이 시작된 오전 8시52분 무렵부터 아이들은 배가 기운 것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최초 신고 시각인 오전 8시59분보다 7분여 이른 시각에도 영상 속 학생들은 "진짜 침몰되는 거 아냐?" "자꾸 이쪽으로 쏠려. 못 움직여"라고 말하고 있다. "움직이지 말고 객실 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학생들은 입을 모아 "네."라고 대답했다.

단원고 학생이 119에 첫 신고를 했던 오전 8시52분. 학생들은 "쏠리는 거 장난 아니야", "야 누가 구명조끼 좀 꺼내와 봐", "나 진짜 죽는 거 아냐?"라고 말하며 장난 섞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8시59분쯤 학생들은 이미 구명조끼를 나눠 입고 있었다. "난 가져올게. 내 것 입어"라고 말하는 등 서로를 챙기고, 선생님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을 시작한 오전 9시6분. 학생들은 이무렵 "무슨 일인지 말을 해 줘야지"라며 불안해했다.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 "선생님도 카톡(카카오톡 메시지)을 안 보고 있어"라는 말이 들려오는 가운데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은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었다.

영상은 오전 9시9분22초에 끊겼다. 약 28분 뒤 선장과 선원 15명은 승객들을 남기고 배에서 전원 탈출했다. 해경이 도착하기 30분 전 이미 구명조끼를 갖춰 입고 착하게 대기하던 학생들은 어른들의 '안내'를 기다리다가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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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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