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국과수 신원확인단 법의치과학자 윤창륙 교수

아이들은 바다 속에서 오래 기다렸다. 잠수사들은 검고 넓은 바다를 헤쳐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정성스레 안아 올린다. 2시간가량 배에 실려 진도 팽목항의 '시신 임시 안치소'로 옮겨진 아이들은 이름이 없다.
아이들의 이름을 찾아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이들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신원확인단(Korea DVI)은 팽목항 임시 안치소에 파견돼 24시간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신원확인을 돕고 있다. 국과수와 대학, 수사기관, 유전자 감식단 등 전문가들이 모였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법의치과학자인 조선대 윤창륙 교수(59)는 사고 7일째인 지난달 22일에 투입돼 치아를 검시하고 있다. 처음 일주일은 해경과 지역 병원 의사들이 신원 확인을 맡다 시신이 뒤바뀌기도 했다.
치아는 형태가 오래 보존되고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해 지문, DNA와 함께 신원을 판별하는 중요 정보로 활용된다. 치아에서 구강조직 유전자를 채취하거나 성별, 나이를 알 수도 있다. 치열 등 중요 특징을 확인하고 가족들이 미리 제출한 X-레이 등 치과치료 자료와 대조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신원확인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DNA검사와 치아 검시를 모두 실시하고 있다.
"처음 배가 침몰하기 시작할 땐 다 구조될 줄 알았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302명이나 구조가 안 돼서, 파견되겠구나 직감했습니다."
윤 교수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과 대구 지하철 참사, 태국 쓰나미 현장 등 국내외에서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희생자들의 신원확인 작업을 펼쳐왔다. 그가 하는 작업은 항상 눈물겹지만 이번 사고는 특히 그렇다.
윤 교수는 "전 세계 재난 역사상 이렇게 한 학교의 같은 학년 학생 대다수가 희생을 다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희생자 대부분이 어려서 애틋한 마음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 확인 과정은 긴박하고 정밀하게 돌아간다. 희생자들이 인양되면 그 상태로 전신사진이 찍혀 이들의 신체 특징이 팽목항 상황실에 공고된다. 옷차림이나 상처, 점, 치과 치료사진 등 특이점을 촬영한 사진도 가족들에게 공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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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팽목항 임시 안치소에 도착하면 경찰이 사진을 찍고 검안을 실시한다. 가족들이 미리 제출한 생전자료와 사후자료를 비교해 개인 식별 작업을 한다. 혈액과 구강조직 등 DNA 검체는 헬기로 전남 장성 유전자감식팀에 즉시 이송돼 유전자 데이터가 추출된다.
희생자가 자신의 가족이라 생각한 이들은 시신 임시 안치소에서 시신을 직접 확인한다. 이들이 희생자 유전자와 우선 매칭된다. '타깃'이 좁혀지지 않으면 미리 추출한 302명 가족들 600여개의 유전자 데이터와 비교해야 한다. 국과수는 전 과정을 24시간 안에 마무리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과 속도다.
희생자 수습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새벽 2시에 시신 인양이 되면 3시가 넘은 꼭두새벽에 검시·검안을 한다. 신원확인단 10여명은 천막에서 토막잠을 자고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라 확신해도 감식 결과가 100% 일치하게 나와야 장례를 치를 수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일한다.
법의치과학자는 객관성과 냉철함을 유지하며 일하는 과학자이자 직업인이지만 이번 사고 희생자를 볼 때면 감정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윤 교수는 "다른 사건은 분노는 잠깐이고 자연과학도로서 업무에 매진하는데 이번만큼은 희생자들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민다"며 "만 16세 꽃다운 학생들 아닌가. 나뿐 아니라 이곳 분위기가 다 그렇다. 일을 끝낼 때마다 '이럴 순 없다'고 한 마디씩 한다"고 전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유가족들이 시신을 확인하고 오열하는 걸 볼 때다. 수습이 늦어지면서 시신은 물에 붓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됐다. 시신 훼손이 적어 보이도록 메이크업 처리를 하고 어머니들은 보지 않도록 권유하지만 그래도 눈으로 확인하려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윤 교수는 "대개 다른 사건을 보면 아무리 자기 가족이라도 이렇게 훼손된 시신을 끌어안고 통곡하진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부모들이 훼손된 자녀 시신에 얼굴을 맞대고 울면서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며 "기성세대가 잘못했다는 거다. 어른들, 국가시스템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됐다는 미안함이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치대 본과 3학년 법의학 강의 첫 시간에 운명처럼 법의치과학자로의 길에 빠져들었다. 억울한 신원을 밝히지 못하면 영원한 실종자로 남는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땐 희생되고도 유해를 못 찾아 사망 인정을 못 받은 경우가 있었다. 최후 1인까지 신원을 밝혀 배우자나 자녀의 재산상속 등 법적, 행정적, 경제적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게 이들의 넋을 기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사자(死者)는 말이 없지만 산 자만큼 망자의 인권도 중요해요. 죽어서라도 가족 품에 돌려드리는 게 산 자의 예의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한 죽음이면 그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또 다른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산 자의 의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