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팽목항 눈물의 초혼(招魂)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팽목항 눈물의 초혼(招魂)

진도(전남)=박소연 기자
2014.05.14 12:44

[세월호 참사]실종자 가족·유가족들 모여 바다 향해 실종자 이름 불러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어두운 바다를 향해 꿈에라도 보고 싶은 피붙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어두운 바다를 향해 꿈에라도 보고 싶은 피붙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새벽 0시 진도 팽목항.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흩어져 있던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40여명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두꺼운 옷에 담요까지 걸친 이들이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자정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그리운 가족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다.

이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체온을 나누며 방파제 위로 이동했다. 내 가족이 묻힌 바다와 가장 가까이 맞닿은 곳. 이들은 바다를 향해 목청껏 외쳤다. 사람의 이름을 세 번 부름으로써 그 사람을 소생하게 하려는 전통적인 의식인 초혼(招魂)이 떠올랐다.

"저 앞에 보시고요 다 같이 세 번 외치겠습니다. OOO씨입니다. 하나 둘 셋."

"OOO씨 빨리 오세요."

"OOO 선생님 빨리 오세요."

"다음은 2학년 1반 OOO학생입니다. 하나 둘 셋." "OO야 집에 가자."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어두운 바다를 향해 꿈에라도 보고 싶은 피붙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어두운 바다를 향해 꿈에라도 보고 싶은 피붙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 /사진=뉴스1

가족들은 온 마음을 다해 실종자 이름을 세 번씩 외쳤다. 방파제 위에 모인 가족 모두가 실종자 모두를 자신의 가족처럼 애타게 불렀다. 한 명씩 호명될 때마다 외침은 오열로 바뀌었다. 호명이 끝났는데도 외침은 그치지 않았다. 가족들은 참았던 이야기를 바다에 쏟아냈다.

"엄마 아빠 용서하고 얼른 돌아와라, 보고 싶다…"

"아빠 이쁜 딸 빨리 와."

"선생님, 애들 데리고 오세요."

"OO아, 내 말 듣고 있잖아… 빨리 와. 아빠가 미안해."

"미안하다. 한 번만 안아보자…"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어두운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이 밤바다를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어두운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이 밤바다를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 아버지는 바다를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듯 딸에게 읊조려 바라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아빠가 다 이겨낼 테니까 제발 나와라. 아빠 다른 아이들 얼굴 끝까지 다 봤어. 내 딸 보는 게 소원이고… 이럴 줄 알았음 널 안 보냈지 인마. 얼굴 아니면 뼈다귀라도 보고 싶다고. 아빤 머리가 백지 상태야. 너만 나오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왜 안 나와. 우리 딸 미안하다."

이날의 외침은 실종자 가족들만의 외침이 아니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가족들 옆에 대기한 경찰들 모두 함께 목놓아 실종자들의 이름을 외치고,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나눴다. 특히 여경들은 오열하는 어머니들을 부축하고 등을 두드리며 '딸'이 됐다.

"정부는 딸들 돌려달라. 정부는 아들들 돌려달라. 정부는 선생님들 돌려달라. 정부는 가족을 돌려달라."

오전 1시, 가족대책본부로 자리를 옮긴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은 정부를 향한 '요구'로 바뀌었다. 가족 중 일부는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렀지만, 많은 이들은 한바탕 '한(恨)풀이'을 끝내고 한층 기운을 차린 모습이었다.

"용기랑 희망 잃지 마시고, 보살필 가정이 남아있으니 몸 추스리시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립시다."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어두운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어두운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가족들은 얼싸안고 서로 힘을 북돋아주었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동참한 유가족들은 "모두 다 찾을 때까지 계속 기다릴 거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한 아버지는 "이렇게 우는 게 싫은데, 꾹 참는 게 좋은데 같이 우니 좋네, 북받치고. 후련하네. 처음으로 많이 울었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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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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