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S병원에서 위밴드 수술 후 입원 중이던 A씨. 간호사와 상담 후 모 원장에게서 코수술을 받은 후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취서 깨보니, 코가 크게 주저앉아 있었던 것. 수차례 재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콧구멍 한쪽이 막히는 부작용을 안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당시 A씨를 치료한 모 성형외과 전문의는 "코가 엉망인 상태"였다며 "성형수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한, 초보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지방에 올라온 A씨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병원 로비에는 원장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상과 사진이 계속해서 나오고, 공인이 해당 병원 '이사'라는데 신뢰가 안 갈 수 있나"라고 말했다. 당시 유명 영화배우가 이틀에 한번 꼴로 병원에 출근해 로비를 배회하며 환자들을 만났다고 A씨는 전했다.
연이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서, 도넘은 '의료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 의료진에 대한 평가 기준이 부재한 가운데 일부 의료진이 병원 홍보를 위해 TV 출연해 힘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 TV 광고 의료법 위반, "TV 출연 후 해당 내용 홈페이지에…"
의료진들은 법적 규제를 피해 토크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자신의 병원을 간접 홍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법 제56조에 따르면 의료법인과 의료기관, 의료인은 텔레비전 방송, 라디오 방송, 데이터 방송, 이동멀티미디어 방송 등 방송법 제2조 제1호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의료광고를 할 수 없다.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는 "자본을 가진 병원이 광고를 했을 때 광고를 보고 환자가 쏠리게 되는 현상을 막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의사 출신이기도 한 이 변호사는 "명의가 아닌 사람이 TV 광고를 통해 유명해져 마치 명의인 것처럼 왜곡될 수 있다"며 "TV에 나왔다고 명의라고 볼 수 없으나, 환자들은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는 "의료법인에서 광고에 전념하고 불필요하게 의료비로 전가되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입을 수 있다"며 "사실상 간접 광고효과에 해당하지만, 직접 광고주가 광고비를 지급하는 광고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환자들이 과도한 의료마케팅은 'TV 전문가'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혼돈을 준다는 점이다. 황미구 전문심리상담센터 헬로스마일 원장은 "선별된 전문가들이 출연하는지, 혹은 해당 프로그램이 예능 혹은 교양인지를 따지기보다 '저 사람 유명한 사람'이라는 잔상으로부터 신뢰가 쌓이는 심리가 있다"며 "TV 전문가에 대한 맹신은 출처를 따지기보다 정보의 흔적을 기억하는 일명 '프라이밍 효과'로 비롯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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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여기에 유명인까지 동반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동일시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황 원장은 "수많은 의료 기관들이 너도나도 스스로 훌륭하다고 광고하기 때문에 선택의 불안을 겪고 유명인을 찾는 것"이라며 "결국 의료진들의 과도한 TV 출연은 객관적인 판단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럼 뭘 봐야 하나?" 전문가 판단할 기준 마땅치 않아
TV 마케팅과 함께 찾고자 하는 병원의 의사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임을 판단할 마땅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문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전문의가 아니어도 해당 분야를 수술할 수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의사 면허증만 있으면 해당 과목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수술·시술 등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A씨 역시 외과 전문의인 병원장에게서 코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을 겪었다.
황규석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윤리이사는 "비전문의 수술은 운전 경력이 30년된 무면허 택시 운전기사와 마찬가지"라며 "사고가 안 날 수도 있지만 자격이 없는 전문가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길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환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정보는 해당 의료진의 TV 출연 여부가 아니라 전문의 자격 여부이며, 그것을 인지시켜서 전문의로부터 수술받게 해야 되는데 현재는 OO클리닉이라는 상호를 걸고 해당 진료를 하면 법적 문제가 없다"며 "환자들이 판단할 수 최소한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현 전문의 제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가운데 잘하는 사람, 전문화된 사람들에게 주는 게 전문의 자격증"이라며 "비전문의가 수술해서 사고가 났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 "스타 전문가 맹신하면 의료소송 계속될 것"
전문가들은 이같이 TV 출연 전문가에 대한 맹신을 부추기고 이로 인한 피해를 전적으로 개인에 부과하는 분위기에선 또 다른 의료 소송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황 원장은 "일부 TV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이를 나타내기보다 다이나믹한 스토리로 호소하면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며 "이에 영향 받은 환자에게 의료소송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화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술 동의서에 대한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현재의 수술 동의서는 '사인 안하면 수술 못한다'는 식으로 환자에게 매우 불리한 법률적 용어로 이뤄진 경향이 있다"면서 "모든 법적 책임을 환자가 부담하지 않도록 연예인 전속계약서 등처럼 표준 동의서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