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사과 기자회견장 찾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사과는 기자한테 하지 말고, 우리한테 하라"


"사과만 하면 돼요? 죽은 아이는 어떻게 할 건데요? 사과는 기자한테 하지 말고 우리한테 해야죠!"(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이하 옥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논란에 대해 옥시의 최고 책임자가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은 2011년 해당 논란이 불거진 지 5년 만의 일이다.
오전 11시. 간담회가 시작됐다. 사프달 대표가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옥시가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읽어갔다. 그는 "독립적 기구를 만들어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포괄적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발표문 낭독이 6분여 진행됐을 무렵 장내가 술렁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가 입장한 것. 순간적으로 사진·영상 기자가 몰려들었다. 최승운 유가족 연대 대표는 단상 위로 올라가 사프달 대표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장내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사프달 대표는 "일단 사과문을 들어달라"고 요청했고, 유가족 연대가 무대 밑으로 내려가면서 기자회견이 속개됐다.
다시 10여 분이 지난 뒤 사프달 대표가 사과문을 낭독한 뒤 무대 앞으로 나와 유가족 연대측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사진 플래시가 터지자 유가족 연대는 "보여주기식 사과"라며 흥분을 했다. 유가족 연대 중 한 참석자가 사프달 대표에게 무언가를 던지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유가족 연대는 "기자 간담회가 열리는 것조차 우리는 알지 못했다"며 "대체 누구에게 사과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옥시측에선 유가족 일부에게 해당 간담회 개최 여부를 알렸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약 20분 동안 유가족의 항의가 이어졌다. 사프달 대표는 유가족 연대 참석자 모두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며 직접 연락하겠다고 이들을 달랬다. 그럼에도 유가족 연대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간담회 후 유가족과 직접 만나겠다"며 장내를 정리했다.
이후 1시간 동안 옥시와 기자들간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질문할 것이 많은데, 왜 마무리하느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 1시. 기자회견 시작 1시간 50분여 만에 옥시의 공식 기자회견이 종료됐다. 이어 유가족 연대가 단상에 올라가 유가족측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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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5년간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해 온 피해자를 외면하다가 기자회견으로 형식으로 이제야 사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서 '피해자의 부모가 아이를 죽인 것이 아니라 우리(옥시)가 아이를 죽였다'고 말해줘야 사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뒤 유가족 연대가 옥시측을 애타게 찾았다. 유가족 연대가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한 뒤 옥시 관계자를 찾았지만, 이미 기자회견장에는 옥시 관계자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
유가족 연대가 "기자회견장 밖에서 옥시 관계자를 찾아보자"며 기자회견장을 나섰고, 이때 옥시 관계자가 유가족 연대를 찾아와 소동은 일단락됐다. 옥시 관계자는 사프달 대표와 만날 장소를 정해보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웠다.
유가족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20분여가 더 흐른 뒤 옥시 관계자가 돌아왔다. 유가족 연대가 '사프달 대표를 만날 시간과 장소'를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의견 충돌은 계속됐다.
옥시 관계자는 "오후 3시쯤 만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으나 유가족 연대는 "당장 만나자"고 맞섰다. 이어 "기자를 배제하고 유가족만 만나겠다"는 옥시측과 "기자를 대동해야 한다"는 유가족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끝내 유가족들은 "기자를 대동할 경우 만날 수 없다"는 옥시의 의견을 수용하고 옥시 관계자를 따라 콘래드 호텔 옆 IFC(국제금융공사)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