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사태'…살인죄 적용될 수 있나

'옥시 사태'…살인죄 적용될 수 있나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6.05.10 11:40

[the L리포트][고개숙인 옥시]① "과실치사 혐의 적용 가능…英본사 임원·김앤장 처벌 힘들듯"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옥시(RB코리아)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대한 글들이 잇따르고 있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운동연합 등 50여개 시민단체는 '옥시 제품 집중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옥시 대표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뒤늦은 사과를 했다. 그는 "옥시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또는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100억원 기금 등 포괄적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사태는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재 검찰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 관련자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옥시 사태와 관련된 법적 쟁점과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살인죄 적용은 힘들어…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가능

이번 옥시 사태에 대해서 살인죄 혐의 적용은 힘들 것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살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어쩔수 없이 제품을 팔아야 겠다고 용인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한 변호사(법무법인 서율)도 "옥시 측의 고의 그리고 판매행위와 피해자들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중요하다"며 "옥시 경영진이 제품의 유해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사람을 죽일 정도로 유해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을 용인했느냐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살인죄가 적용되려면 살균제의 독성이 일반적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느냐를 판단해 제품의 사용시간과 사용하는 사람들 개개의 특성에 따른 독성과 사망에 대한 인과관계를 알고 제품을 팔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만약 '청산가리처럼 소량을 흡입했을때 누구나 다 사망에 이른다'는 정도의 독성이 가습기 살균제에 있다면 쉽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독성이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옥시측에서 제품을 사용했을 때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고, 내부적으로 이를 확인하고도 판매를 강행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살인죄를 입증해 혐의를 적용할 것은 힘들 것이란 얘기다.

살인죄는 힘들더라도 과실치사는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과실치사는 살인죄와 달리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하게 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범죄다. 고의에 대한 입증이 상대적으로 쉽다. 약간의 주의만 하였더라도 죽음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어서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된다.

英본사 임원 현실적으로 처벌 어려워

옥시의 영국 본사 임원들에게도 가습기 살균제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 변호사는 "영국 본사의 임원이 위 제품 판매 과정에서 제품의 위험성을 사전에 고지받고 판매를 용인했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유럽평의회 형사사법공조협약에 가입돼 있어 요건이 충족된다면 국제범죄인인도요청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영국 본사 임원이 최소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확인했는데도 계속 판매하는 것을 용인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텐데 이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김 변호사도 "현실적으로 영국 본사 임원의 과실을 입증할 수 있겠냐의 문제와 형 선고 이후 집행을 할 수 있겠냐의 문제가 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영국본사까지 형사책임을 묻기는 곤란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유빈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도 "영국 옥시 본사에 대해 우리 수사당국이 수사권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여부는 영국 수사당국과의 형사공조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수사를 해 증거를 찾기란 쉽지 않은데다 영국이 자국민 보호를 중요시 하는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영국 본사 임원에게 유죄 판결과 함께 형 집행까지 이뤄지기 힘들단 얘기다.

변론 활동 문제된 김앤장 책임 물을 수 있나

옥시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김앤장)이 실험보고서를 왜곡해 발췌 또는 인용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 되면서 김앤장의 활동에 문제가 있지 않았는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김앤장의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실험보고서를 왜곡하는 것을 계획하는 등의 행위를 했고 이를 검찰이 입증하는데 성공한다면 이는 변론권의 남용으로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대 보고서가 김앤장 측의 요청이나 김앤장과의 의결 조율의 결과로 작성됐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해당 의견서가 허위 내용임을 알면서도 이를 검찰에 제출하거나 이를 발췌·인용한 서면을 제출한 행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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