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에 연설문 전달, 처벌되나?

'비선실세' 최순실에 연설문 전달, 처벌되나?

이태성 기자
2016.10.25 17:10

법조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적용 쉽지 않아…"NLL·정윤회 사건 판례 따르면 완성된 원본이어야"

대통령의 연설문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에게 전달된 것을 놓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실제로 관련자를 처벌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에게 연설문 등에 대해 의견을 구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는 과거 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인연으로 대선 때 연설이나 홍보를 통해 선거 운동이 국민 여러분께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에 대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JTBC가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다. JTBC는 최씨가 사무실에 두고 간 컴퓨터에 담긴 파일 200여개를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 44건이 연설 시점 이전에 최씨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최씨가 사전에 입수한 연설문 중에는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처음 천명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 국무회의 자료, 인사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최씨 등 관련자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이날 한 시민단체는 최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을 같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서 '대통령 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보좌진이 생산하고 보유한 모든 기록물을 의미한다. 이 법 14조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관련된 사건을 보면 해당 문서가 원본이고, 초본이 아닌 완성본일 경우 유출로 처벌된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에서 법원은 관련 자료가 대통령의 수정 지시가 내려진 초본에 불과해 '생산이 완료된 문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윤회 문건' 사건에선 여기에 더해 대통령기록물이 문서의 원본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했다.

일각에서는 국무회의 자료, 인사자료 등은 이미 완성된 원본이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검찰이 사실관계를 따져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판례에 비춰 봤을 때 완성되지 못한 연설문을 대통령기록물로 보는 것은 어렵다"며 "이 법으로 관련자 처벌은 쉽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실일 경우에만 처벌되는 공무상 기밀누설죄 적용도 연설문이라는 성격상 다툼의 여지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정치적, 도덕적 사건의 성격이 짙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JTBC로부터 태블릿 PC 1대를 제출받아 파일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연설문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연설문 유출이 의심되는 시기인 2012년 12월∼2014년 3월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자리엔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상근감사가 있었다. 여권 최고의 필력가로 정평이 난 조 감사는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시절부터 10여년간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도왔다.

당시 청와대 1·2부속비서관은 각각 정호성 비서관과 안봉근 비서관(현 국정홍보비서관)이 맡았다. 둘 다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1998년부터 18년 동안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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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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