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제까지 '몸통'은 두고 '깃털'만 때릴건가

[기자수첩] 언제까지 '몸통'은 두고 '깃털'만 때릴건가

한정수 기자
2017.11.27 05:15

[the L]

"과거 의원 시절 두 전직 비서들의 일탈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롯데홈쇼핑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2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모든 책임을 전직 비서관들에게 돌리면서 자신은 불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24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는 "이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또 '몸통'이 아닌 '깃털'들만 처벌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방증하듯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그 아래 실무자들이 총대를 메는 풍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의원 주변에서 비리가 터졌을 때 보좌진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관행이 있다는 건 이미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 전 수석이 정말 결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의 혐의가 중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3억여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을 넘어 직접 수백만원의 기프트카드와 호텔 숙박비까지 받았다고 한다. 전직 비서관들이 협회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정권 초기 청와대 수석에게 칼날을 들이댄 이유다.

플리바게닝(유죄협상)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 타인의 범죄를 털어놓는 것을 대가로 형량을 줄여주는 플리바게닝은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수사기법이다. 대륙법계인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플리바게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대륙법계인데도 이미 플리바게닝을 도입했고, 일본 역시 최근 이를 채택했다.

플리바게닝은 조직적 범죄에서 범행을 지시한 윗선을 단죄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자백을 대가로 범죄자의 형량을 덜어주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놓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강자는 처벌을 피하고 약자만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회부 법조팀 한정수
사회부 법조팀 한정수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한정수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법조팀장 한정수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