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감사원의 인구재앙 경고②인구정책 정조준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인구정책 감사보고서는 인구지진(Age quake)의 충격적인 미래상을 보여준다. 2014년 일본에서 지방소멸 문제를 공론화하며 충격을 던진 '마스다 보고서'처럼 인구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특히 100년 후 인구추계 등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대거 담았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인구정책 감사보고서는 저출산·고령화대책 성과분석,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의 지역분야, 노후소득보장 분야 등 총 3개다. 이 중 주목도가 가장 높은 건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의 지역분야 감사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마스다보고서와 비견된다. 마스다보고서는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주도해 발간한 보고서로 현재 인구 감소 추세라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896개 지자체)가 소멸한다는 경고를 담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지방 소멸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감사보고서는 감사원이 밝힌 것처럼 "현 수준의 초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이 계속된다면 미래 지방인구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라는 큰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통계청의 협조를 구해 100년 후 인구변화를 전망했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100년 후 인구추계가 나온 건 처음이다.
추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136만명이던 총인구는 2117년 1510만명으로 줄어든다. '마스다 보고서'에서 착안한 소멸위험지수에서도 229개 자치단체 중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2047년 157개, 2067년 216개, 2117년 221개로 집계됐다. 정상적인 지역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전망이다.
감사보고서가 두드러진 또 다른 분야는 저출산 실태조사다. 정부 저출산대책의 최고 단위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만 하더라도 그동안 실태조사에 소극적이었다. 실태조사가 부족하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해법을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에서 찾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1%인 수도권 인구비율은 2067년 53.2%로 늘어난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교육과 일자리로 판단했다. 지난해 지방 소재 고등학생의 수도권 대학 진학률은 14.4%다. 2018년 기준 지방대 졸업생의 수도권 직장 취업률은 39.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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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학과 교수는 "수도권 집중의 원인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인구 쏠림"이라며 "경쟁력 있는 혁신 인력이 교육과 일자리, 정주여건 등에 따라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기업들은 또 다시 인재를 따라서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수도권으로 몰려든 청년들이 출산에 회의적이라는 것도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와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용역, 공무원 설문조사 등으로 증명했다. 서울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서울의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졌다는 것. 서울의 초저출산은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감사원은 기존 인구정책과 지역정책의 허점도 파고 들었다. 대표적인 게 혁신도시다. 지방 혁신도시로 순유입된 수도권 인구는 15%에 불과했다. 반면 수도권에 있던 혁신도시 청사를 재활용하면서 발생한 인구 유발 효과는 공공기관 이전 효과보다 더 컸다. 인구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혁신도시는 실패했다는 결론이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책을 수도권 집중현상에 따른 지역정책과 연관지어서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사원이 정확한 지점을 짚었다"며 "범정부 차원의 인구TF(태스크포스)도 인구정책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보고서를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국내 전문가 16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난해 내내 인구정책 담당자 면담 등을 진행했다. 통계청과 고용정보원에 각종 추계와 분석을 의뢰하고 감사결과를 확정했다. 충분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도 감사원의 특성상 자료 제공이 용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부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립하고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각 부처들은 현안과제가 많아 장기과제인 저출산과 인구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정책감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