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디지털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다. 디지털치료기기는 미국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2017년 9월경 '리셋(reset)'이라는 알코올?마약?담배 등 중독에 대한 치료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리셋은 12주 간의 온라인 강의, 금단증상에 대한 설문 조사, 성과에 대한 보상 지급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의 인지행동교정, 치료과정의 데이터화, 의료진의 모니터링 등이 이루어지게 된다. 미국 FDA는 리셋과 약물 치료를 병행한 환자들이 약물 치료만 실시한 환자들보다 치료효과가 22.7% 더 높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리셋의 상용화를 승인했다.
페어 테라퓨틱스는 2018년 12월경 아편류 중독 치료용 소프트웨어인 '리셋오(reset-O)'와, 2020년 3월경 만성 불면증 치료용 소프트웨어인 '솜리스트(Somryst)'에 대한 미국 FDA 승인을 받았고,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여 현재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는 의약품인가? 의료기기인가? 상업용 소프트웨어인가? 다시 말해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를 제조해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 어떤 법률에 따라 어떤 규제를 받게 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는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의료기기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의료기기를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소프트웨어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같은 항 제1호는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을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기 정의 조항에 소프트웨어가 추가된 것은 2018. 12. 11.자 의료기기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마련한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2020. 8.)에 따르면, 디지털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를 제조하여 판매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법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된다.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제조업 허가를 받은 후, 제조하려는 특정 의료기기에 대한 제조허가를 받아야 한다(의료기기법 제6조). 특히 의료기기에 관한 제조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실시하여 치료 기전에 대한 과학적(임상적) 근거가 확인돼야 한다(의료기기법 제6조, 제10조 등). 제조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체계(GMP) 등 준수 의무(의료기기법 제13조 등), 의료기기 기재 및 광고에 관한 규제(의료기기법 제24조), 시판 후 부작용 및 공급내역 보고 등 규제(의료기기법 제31조, 제31조의2 등)의 적용을 받게 되며 규제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된다.
의료기기법상 규제와는 별개로 디지털치료기기를 상용화함에 있어서 그 사업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국민건강보험의 적용 여부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적정 수준의 수가가 산정돼야만 디지털의료기기의 사용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에 개최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해서 일단 선별급여를 적용하되, 향후 실사용데이터를 근거로 표준치료 대비 효과, 비용-효과성, 환자 사용률 등을 분석해 가치보상체계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즉, 향후 국내에서 허가 받은 디지털치료기기가 시판될 경우 실사용데이터를 근거로 그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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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페어 테라퓨틱스의 등장 이후 아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가 2020년 6월경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용 소프트웨어(EndevorRX)에 관한 FDA 승인을 받아 최근 대규모 투자금 유치에 성공하는 등 관련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뉴냅스가 2019년 6월 VR을 활용해 뇌손상 환자들의 시야장애 개선을 목적으로 한 인지치료 소프트웨어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이후 현재까지 6개 회사가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상태다.
특이한 점은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이 종전의 대형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 주도가 아닌 IT기술 기반의 벤처회사들의 주도로 개척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경향이기도 하다. IT기술 기반 벤처회사들이 디지털치료기기 산업을 비롯한 광범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진입함에 있어서는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된 제도와 규제의 내용을 사전에 검토해 시행착오를 줄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