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속 인분을 "입에 넣어라"...훈련병 짐승 취급한 중대장[뉴스속오늘]

변기 속 인분을 "입에 넣어라"...훈련병 짐승 취급한 중대장[뉴스속오늘]

김소영 기자
2026.01.10 07: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5년 1월10일 육군훈련소에서 중대장(대위)이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2005년 1월10일 육군훈련소에서 중대장(대위)이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21년 전인 2005년 1월10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한 간부가 화장실 변기에 대변이 그대로 있다는 이유로 훈련병들에게 남은 인분을 먹도록 강요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피해 훈련병이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언론 등에 제보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발생 열흘 만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가해 간부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했다. 이를 계기로 군대 내 인권 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군 전반에 만연하던 구타·가혹행위가 점차 줄어들었고 노후화된 위생 시설이 교체되는 등 병영 문화가 개선됐다.

변기 물 안 내렸다고…"인분 묻힌 손 입에 넣어라" 지시

사건 당일 오후 3시40분쯤 육군훈련소 제29신병교육연대 11중대 중대장 이모 대위(당시 28세)는 훈련병 숙소 내 화장실 청결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화변기(수세식 변기)에 인분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고 격분했다.

이 대위는 전날 소속 중대 훈련병을 집합시켜 화장실 청결 유지 교육을 직접 실시했고, 이날 오전에도 "화장실 배설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인분을 먹이겠다"고 한 차례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화장실은 절수 상태라 물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한 이 대위는 실내에서 정훈교육을 받던 소속 훈련병 192명 전원을 연병장으로 불러 모아 일렬종대로 서게 했다.

곧이어 이 대위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훈련병 전원 한 명씩 화장실에 들어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인분을 각자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한 번씩 집은 뒤 다시 모이라고 지시한 것.

2005년 1월10일 육군훈련소에서 중대장(대위)이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2005년 1월10일 육군훈련소에서 중대장(대위)이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경악스러운 명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대위는 집결한 훈련병들에게 인분을 집었던 손가락을 두 차례에 걸쳐 입에 넣도록 강요했다.

훈련병들이 명령을 차마 따르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분대장들은 윽박지르며 이행을 독촉했다. 결국 이날 200명 가까운 훈련병 절반은 5초간 입을 벌린 상태에서 대변 묻은 손가락을 두 번이나 입에 넣었다가 빼야 했다.

이 대위는 훈련병들이 '무슨 맛이냐'는 질문에 "똥 맛"이라고 답하자 "그것은 전우의 피 맛"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때 한 분대장은 훈련병들에게 "너희가 바로 이런 존재"라며 인격 모독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대장 특별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진행된 이 대위 가혹행위는 40여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뒤늦게 '아차' 싶었던지 이 대위는 같은 날 저녁과 이튿날 두 차례 훈련병들에게 사과했지만 이들 가슴은 이미 멍든 뒤였다.

훈련병 편지로 가혹행위 '들통'…가해자 실형·14명 징계
인분 사건은 피해 훈련병이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언론 등에 제보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인분 사건은 피해 훈련병이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언론 등에 제보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피해 훈련병 A씨는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폭로하며 "고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대신 이슈화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편지를 MBC에 제보한 친구 덕에 열흘 만에 알려진 이 사건은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불과 며칠 전 훈련병 사망 사건이 있었던 육군훈련소에서 또다시 비인간적 만행이 벌어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쏟아지는 항의 메일에 국방부 홈페이지가 다운되자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육군은 이 대위를 긴급 체포한 뒤 감찰단을 꾸려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감찰단은 2주간에 걸친 조사 끝에 신병교육연대장(대령)과 교육대장(소령) 등 관련자 14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보도하지 않는 게 애국"이라며 MBC 최초 보도를 막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허평환 당시 육군훈련소장이 보직을 맡은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체포된 이 대위는 보도 하루 만에 구속영장이 발부돼 육군훈련소 헌병대 유치장에 수감됐다. 적용 혐의는 군 형법상 가혹행위. 이로부터 한 달 뒤 재판에 넘겨진 이 대위는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병적에서 제적됐다.

인분 사건 이후 육군은 부대 내 가혹행위를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게 하고 화장실 노후시설을 전면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교관·조교들이 훈련병들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문화가 생겨나는 한편 훈련병들이 중대장·소대장을 맡아 자율적으로 내무생활하는 '훈련병 자치제'도 실시됐다.

이후로도 군인 인권을 침해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군인 인권법이라 할 수 있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 기본법)은 인분 사건 발생 11년 뒤인 2016년에야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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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기자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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