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소원제 도입·법왜곡죄 신설·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정식 공포되면서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게 됐다. 고의로 법을 왜곡한 판·검사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대법관 수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26명까지 늘어난다. 재판소원 도입 첫날엔 이미 4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됐다.
정부는 12일 0시 전자관보를 통해 법원조직법, 형법,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했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공포 즉시 시행된다. 대법관 증원은 2년 뒤인 2028년 3월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이뤄진다.
재판소원제 도입으로 기존에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재판도 앞으로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된다.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해당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입법 취지는 법원의 재판 역시 사법권 행사로서 공권력에 해당하는 만큼 입법·행정 작용과 마찬가지로 헌법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재판소원제는 시행 전부터 '사실상 4심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두고 있는 현행 헌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법원은 법률심이고 헌재는 헌법심이라는 입장이다.
실무 부담 우려도 크다. 재판소원 도입 이후 연간 1만~1만5000건이 헌재에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헌법소원 접수 사건 수 약 3000건의 3~5배 수준이다. 이미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시리아 국적 외국인이 청구한 강제 퇴거 관련 사건 등 4건이 재판소원 사건으로 접수됐다. 헌재는 상당수가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남소 방지 기준과 심사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왜곡죄도 이날부터 시행됐다. 형사 법관, 검사 또는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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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대상에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은 경우가 포함된다.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쓰거나 적법한 증거가 없는데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다.
법조계에서는 법관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에는 본질적으로 재량이 수반되는 만큼 어디까지를 '고의적 왜곡'으로 볼지 불명확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법관이 고소·고발과 형사처벌 가능성을 의식해 기존 판례를 따르는 보수적 판단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고발이 남발할 수 있다.
대법관 증원도 사법 체계의 큰 변화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는 오는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늘어나 26명이 된다. 입법 취지는 상고심 적체 해소다. 현재 대법관 1인당 연평균 처리 사건 수는 3478건에 이른다. 대법관 수를 늘려 사건 부담을 낮추고 재판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있다. 대법관이 늘면 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관도 함께 늘어야 한다. 전체 법관수가 그대로라면 1·2심 재판에 투입될 법관 자원이 줄어 하급심이 약화할 수 있다. 대법원 내부 운영 방식 개편도 불가피하다. 현재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 3개가 대부분 사건을 맡고 중요 사건은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가 심리한다. 대법관이 대폭 늘어나면 소부 확대와 함께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