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라지는 검찰, 남겨지는 미제사건들

[기자수첩]사라지는 검찰, 남겨지는 미제사건들

한정수 기자
2026.04.08 05:55

"보완수사권 없으면 검사가 힘들어지나요? 오히려 편해지는 거죠."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검찰이다. 그래도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니 든든한 마음이 들지는 않느냐고 하자 한 간부급 검사가 초연하게 말했다. 이런 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했다. 냉소적인 반응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보완수사권이 존폐 논란은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검사들 의지대로 되지도 않을 일이라고도 했다.

또다른 검사는 "보완수사권 주지 마라"는 반응도 보였다. '될 대로 돼 보라지' 하는 심술, 심술을 넘어선 체념과 냉담도 읽힌다.

실제 일선 검찰청의 상황은 암담하다. 당장 휘몰아치는 일을 소화할 사람도 부족해 조만간 사라질 조직을 아쉬워할 여유도 없다. 간부급 검사는 "지금 당장은 일할 검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최근 많은 검사가 무력감을 느끼는 지점이다.

현재 검사들은 평시 대비 3분의 2 정도 업무에 투입돼 있다. 지난해부터 사표를 내고 검찰청을 떠난 검사가 200명을 넘는다. 전체 검사 정원의 10% 정도다. 특검 등에 파견을 간 검사가 많고 휴직자도 늘었다. 당연히 남은 검사들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인의 사명감에만 의존하기엔 열심히 일할 동력이 부족하다.

미제사건은 폭증했다. 전국 검찰청에 12만여 건이 쌓였다. 1년 만에 거의 2배 급증했다. 수사 검사 1인당 미제사건이 500건을 돌파했다는 수치도 나왔다. 단기간에 해치울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오는 10월, 검찰이 해체될 때까지 더 많이 쌓일 것이다.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본다. '피같은 내 돈 떼어먹힌 사건'이 기약 없이 캐비닛에 잠들어 있게 되는 셈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형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2024년 312.7일에 달했는데 앞으론 1년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이 폐지된 후엔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이 전부 처리해야 한다.

새 조직, 새 시스템이 안착하는 동안 대처가 잘 될까. 검찰개혁을 외치던 사람들은 왜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얘기하지 않나. 누가 이런 고민은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한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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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법조팀장 한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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