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14일. 평소처럼 등교해야 할 한 아이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담임교사는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아이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부모와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복지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일가족 죽음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반복되는 위기가구 문제를 다시 사회에 던졌고 정부의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졌다.
당일 오전 9시30분쯤 경찰은 경기 화성시 한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아이가 등교하지 않았는데 부모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곧바로 아이 부모인 A씨 주거지인 동탄신도시 한 아파트로 출동했고 신고 약 50분 뒤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서 40대 부부와 10대 자녀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폐쇄회로TV)에는 가족이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시신에서는 외부 침입이나 저항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가장인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도 나왔다. 유서에는 사업 실패로 인한 채무와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A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는 해당하지 않았지만 A씨가 부상으로 일하지 못하게 되면서 급격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이후 전문가들은 이번 비극이 복지 사각지대의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위기가구를 적극 발굴하는 방향으로 복지 제도를 개선해 왔지만 제도 기준에 포함되지 못한 취약계층은 여전히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후에도 생활고를 겪던 위기가구의 사망 사건은 이어졌다.
지난 3월 울산 울주군에서는 30대 가장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첫째 아이가 사흘째 등교하지 않자 담임교사가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이 집 안에서 가족을 발견했다.
현장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가 발견됐다. 가장은 홀로 네 자녀를 돌보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건강보험료와 월세를 장기간 체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전북 군산에서도 생활고를 겪던 7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월세와 전기·수도 요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가구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복지급여를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행정기관이 먼저 지원 대상을 찾아 나서는 '적극적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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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공무원이 위기가구를 확인하면 당사자 동의 없이도 기초생활보장 등을 직권 신청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기본법과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직권 신청이 가능하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이어 발생한 위기가구 사망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가 먼저 위기에 처한 국민을 찾아 지원하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소셜미디어)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