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밀수품으로 압수된 고가 와인을 가짜병으로 바꿔치기해 돌려줄 수 있다고 제안하고 현금을 수수·요구한 혐의를 받는 세관 공무원들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박향철)는 전 서울세관 조사정보과 정보팀장 A씨(49세)와 전 서울세관 조사총괄과 총괄기획팀장 B씨(52세)를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와인 업계 종사자에게 '와인 바꿔치기'를 제안해 현금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23년 8월 고급 와인 총 379병이 압수 대상이 되자 와인 업계 종사자 C씨에게 '폐기하기 전에 더미 보틀(진열용 가짜병)로 바꿔치기한 후 판매하면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와인 바꿔치기를 하려면 폐기 지휘를 내릴 검사와 세관 창고장에게 로비 자금으로 3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말해 현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해 12월엔 압수물인 와인을 바꿔치기해 넘겨주고 고액의 밀수 신고 포상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해 C씨에게 현금 4000만원을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A씨의 단독 범행 정황도 드러났다. '키 성장 영양제' 관세 포탈 사건을 동료 공무원에게 제보받았음에도 마치 본인의 동생으로부터 제보받은 것처럼 허위 밀수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다. 이 사건이 진행되자 제보자에 대한 포상 신청을 하게 해서 정부로부터 포상금 명목으로 7500만원을 받은 혐의(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도 있다.
A씨 등의 공동 범행은 검찰의 압수물 처분 지휘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별사법경찰관인 이들은 당시 검찰에 고급 와인 379병에 대한 폐기 지휘를 건의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부분의 밀수 행위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압수된 와인 총 379병 중 373병에 대한 환부를 지시했다. 바꿔치기할 수 있는 와인이 16병밖에 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이들이 포상금 수령을 돕겠다며 추가로 4000만원을 요구하자 결국 C씨가 사건을 제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의 압수물 처분 권한 및 특사경 지휘 권한이 존재했기 때문에 본건 범행이 밝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 사건은 1차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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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는 10월2일 시행 예정인 공소청법에는 검사의 특사경 지휘·감독 권한 내용이 삭제되고 현재 논의되는 일부 형소법 개정안에는 압수물 처분 주체를 검사가 아닌 특사경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 담겨 특사경에 대한 견제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안 차장검사는 "향후 이 사건 같은 부패 범죄가 언제든 발생하거나 암장 될 가능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법 정의가 바르게 구현되도록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 및 감독을 철저히 하고 공직자의 직무상 권한을 악용한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