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들만 탓할 수 있나요."
최근 불거진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광주제일고(광주일고) 조롱 논란에 대한 한 고교 지도자의 말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한 '제11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배재고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징계는 2일 열릴 예정이던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부터 적용됐고, 해당 경기는 배재고의 몰수패로 처리됐다. 지도자 및 선수에 대한 징계는 추후 심의하기로 했다.
논란은 앞선 6월 29일 청룡기 1회전 배재고와 광주일고전에서 나왔다. 당시 배재고 선수단은 경기 후반 광주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탱크데이"라는 외침도 나왔다. '스타벅스 가야지'와 '탱크데이' 구호는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한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연관된 것이다.
현장 관계자들도 이를 단순 야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KBO 구단 스카우트들을 비롯한 현장 관계자들은 명백한 지역 비하성 조롱으로 인식했다. 광주일고 측에서는 즉각 항의했고, 배재고 측은 경기 후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사태는 야구장을 넘어 교육계,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아마야구가 근래 보기 드물게 사회적 관심의 중심에 섰다. 다만 부정적인 이슈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일각에서는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조금씩 관심이 커지던 아마야구의 이미지 실추를 벌써 우려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아마야구에 대한 무관심과 지도자, 학부모, 협회 관계자 등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가 일을 키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마야구의 선 넘은 '야지(조롱)' 문화가 문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일 역시 프로야구가 없는 월요일,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목동야구장에 몰린 관계자들이 많이 몰려 더 크게 알려진 측면이 있다.
그동안 상대 선수의 부상 이력, 유급 선수 나이, 특정 지역을 겨냥한 표현, 인신공격성 단어까지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됐다. 일부의 문제 제기에도 대회 현장에서는 주의나 경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명백한 역사적 상처를 건드리는 표현까지 더그아웃 밖으로 표출되는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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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KBO 구단 스카우트 A는 "최근 일부 팀들의 조롱 응원이 너무한 수준이다. 스카우트 입장에서도 별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 제재도 약하고 지도자들도 아쉽다"라고 짚었다.
특정 학교와 지역을 향한 조롱성 구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광주일고뿐 아니라 지방 학교들이 수도권 팀들에 조롱성 구호를 들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방 고교 감독 B는 "서울 팀들의 야지 응원이 심하긴 심하다. 반대편에서 보기도 낯부끄러울 정도다. 지방 주말 리그만 봐도 그러지 않는다. 언젠간 터질 일이었다"고 밝혔다.

아마야구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드러난다. 아마야구를 프로야구의 산실이자 토대라 부르면서, 정작 그 현장을 꾸준히 들여다보는 관심은 부족했다. 이번 일도 그동안 아무도 보지 않고 고교 특유의 응원 문화라 방관하고 외면했다. 그 사이 학생 선수들은 어떤 말이 응원이고 어떤 말이 조롱인지, 어디서부터 상대와 사회의 상처를 건드리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이번 일을 배재고 학생 선수 일부의 잘못으로 끝낼 수 없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어른들의 책임도 크다고 봤다. 또 다른 고교 코치 C는 "이 부분은 지도자들이 강하게 해야 할 문제다. 아이들의 문화가 바뀌려면 어른들이 강하게 나서야 한다. 코치, 감독들이 잘 가르치는 게 최우선이다.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을 사람으로서 운동으로서 하면 안 되는지 잘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교 감독 B 역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가르친다. 야구하는 데 조롱이 왜 필요하나. 초등학교, 중학교도 그러지 않는다. 부끄러운 문화고 절대적으로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그런 말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인성 교육도 따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 선수들은 야구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다. 지도자가 아니라도 심판, 학부모, 관계자 등 잘못된 걸 지적할 수 있는 어른들은 숱하게 있었다. 하지만 지적하지 않음으로써 잘못된 말을 제때 멈춰 세우지 못한 어른들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배울 기회마저 놓치게 했다.
일단 배재고 야구부는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 징계로 팀 차원의 책임을 지게 됐다. 그러나 이 징계만으로 문제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학생 선수들이 잘못된 말을 했다면, 어른들은 그 말이 어디서 시작됐고 왜 제때 멈추지 못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 방관했던 현장의 어른들이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