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나스닥 4일째 상승, 블루칩 약세
2분기를 시작하는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반도체와 기술주의 선전이 돋보인 하루였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투자 의견 하향 조정의 악재로 블루칩이 하락했으나 기술주들은 4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도체산업협회(SIA)의 긍정적인 2월 판매동향 보고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매출 목표 달성 전망, 네트워킹주의 등급 상향 등이 기술주 상승의 견인차였다.
첨단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장초반 20포인트 가량 떨어졌으나 12시30분께 플러스 권역으로 진입, 지난 28일 보다 17.27포인트(0.94%) 오른 1862.62로 장을 마쳤다. 블루칩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장 초반 세자리수 하락했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41.24포인트(0.40%) 하락한 10362.7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는 0.85포인트(0.07%) 떨어진 1146.54를, 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96포인트(0.39%) 하락한 504.50을 각각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하드웨어(2.54%) 반도체(2.47%) 네트워킹(2.14%) 금(1.29%) 등이 강세를 보인 반면 항공(-2.46%) 소매(-1.58%) 증권(-1.40%) 은행(-0.59%) 소비재(-0.46%) 제지(-1.23%) 등은 약세였다.
거래량은 나스닥시장에서 15억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2억주로 평소 수준을 밑돌았다. 주가가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 보다 많아 두 시장에서 상승:하락 비율은 각각 15:19, 13:16을 기록했다.
이날 증시는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충돌 격화, 소매업체 등 기업들의 투자등급 하향 등 악재에 발목이 잡혀 3대 지수 모두 하락세였다. 제조업 지수가 2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경제지표는 뒷전으로 밀렸다.
하지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술주들이 반등하면서 다우와 S&P 500 지수의 낙폭도 줄어들었다.
반도체주는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지난 주말 2월 판매동향 발표로 바닥탈출론이 힘을 더 얻으면서 초반의 약세를 극복하고 상승세로 마감했다. SIA는 2월 세계 반도체 매출이 100억1000만 달러로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휴대폰과 DVD, 디지털 카메라 부문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결과로, 반도체 산업 회복의 신호로 평가됐다. 반도체주 16개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노벨러스와 테러다인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상승한 덕분에 지난 28일보다 2.47% 오른 609.97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은 2.50%,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등은 각각 1.85%, 2.30% 올랐고, 알테라는 4.80% 상승했다.
유닉스 서버 제조업체인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스티브 밀로노비치가 최근 주문이 크게 늘어나 1~3월 분기 매출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한데 힘입어 7.94%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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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워킹 업체도 뱅크 오프 아메리카(BOA) 증권의 등급 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 BOA 증권은 시스코 시스템즈, 시에나, 주니퍼 네트웍스, 노텔 네트웍스 등 통신 장비 업체의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세계적인 포탈업체인 야후도 긍정적인 코멘트에 힘입어 1.14% 올랐다. 이날 모건 스탠리의 유명 애널리스트 매리 미커는 야후가 마케팅 서비스 및 광고 매출에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 매수세를 유도했다.
반면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등급 하향으로 4.61% 떨어졌고,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는 등급이 하향 조정됐으나 오후 들어 반등, 0.96% 오름세로 마감했다.
푸르덴셜 증권은 개장초 포드에 대해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고, 내년까지 상황 개선이 힘들다는 이유로 투자 의견을 '보유'에서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낮추었다. 이 여파로 제너럴 모터스 주가도 1.24% 떨어졌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 증권은 세계 휴대폰 시장이 밝지 못하며, 이에 따른 매출 감소는 노키아 주가 상승을 제약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강력 매수에서 매수로 낮춰 잡았다.
CSFB는 또한 스토리지 업체인 EMC에 대해 과잉설비가 수요에 부담이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올해와 내년 매출 및 순익 전망치를 하향했다. EMC는 그러나 오후들어 플러스권으로 돌아서면서 2.35% 상승했다.
소매업체는 약세였다. 메릴린치가 비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포춘 500대 기업'의 1위를 차지한 월마트를 포함해 서킷 시티, 토이저러스, 존스 어패럴, 폴로 랄프 로렌, 타깃, 페더레이티드, 메이 등 14개 업체의 등급을 낮춘 때문이었다. 메릴린치는 소매업체들이 단기적으로 상승 촉매가 부족하다며 월마트의 중기 투자의견을 '강력 매수'에서 '매수'로 낮췄다. 월마트는 2.84% 하락했다.
이밖에 휴렛팩커드도 0.22% 하락했다. 휴렛팩커드 이사회는 이날 컴팩과의 인수합병 반대를 적극 추진하고, 합병 여부를 묻는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월터 휴렛의 이사를 재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케이블 TV 사업자인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은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결산 보고서 제출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1.95% 급락했다. 아델피아는 지배주주들이 설립한 업체와 맺은 공동 차입 관행이 적정한 지 외부 감사인과 검토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늦어져 결산 보고를 시한까지 맞출 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엔론 사태이후 회계 분식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다는 점을 단적으로 입증했다.
반면 복사기 제조업체인 제록스(XRX)는 1997~2000년 결산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는 조건으로 1000만달러의 과징금을 내기로 SEC와 합의했으나 이를 통해 매출이 20억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게 긍정적으로 작용, 3.07% 상승했다.
한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31일 자살 폭탄테러가 재발하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어 이스라엘 군이 서안지구로 이동하고 있으며 아랍권이 전면전을 경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크게 고조됐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가 다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 여파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5월 인도분이 한때 배럴당 27달러선을 돌파하며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WTI 5월 인도분은 장중 27.05달러까지 올랐으나 지난주 말 보다 55센트 오른 26.88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급등으로 정유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경제지표는 이날도 호전 행진을 지속했다.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오전 10시 3월 제조업 지수가 55.6으로 전달의 54.7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ISM의 제조업 지수는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선을 넘게됐다. 3월 지수는 18개월만에 처음으로 50선을 넘은 전달(54.7)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54.5)를 능가한 것으로, 제조업이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재확인해 주는 것이었다. 각 부분별 지수도 개선됐다. 신규주문 지수는 전달 62.8에서 65.3으로 상승하며, 1996년 10월 수준을 회복했다. 고용지수는 43.8에서 47.5로 높아졌다. 다만 가격 지수가 41.5에서 51.9로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남겼다.
이와 별도로 상무부는 2월 사무실 빌딩, 도로, 공공사업, 주택 등에 대한 건설투자가 연 8794억달러 수준으로 1.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추산한 0.6%를 웃도는 것이며, 3개월째 증가세를 기록하게 됐다. 1월 증가율은 당초 1.5%에서 0.8%로 수정됐다. 건설 투자가 호조를 보인 것은 주택 분야가 96년 4월이후 가장 큰 폭인 3.5% 늘어난데 힘입었다.
월가에서는 경제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기업 순익이 크게 개선될 지가 불투명하다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내주부터 본격화할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