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남 독주`잡으려면

[기고]`강남 독주`잡으려면

주상영
2002.09.16 12:25

[기고]`강남 독주`잡으려면

[편집자주]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10년 정도 안정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말았다. 지난 4일과 12일 정부가 대책을 내놓긴 했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역시 부동산이고 그래도 강남이 최고지’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저금리와 약간의 경기회복, 이 두 가지 경제여건 만으로도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을 초라하게 만든 강남의 급등세는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필자는 강남의 독주 현상이 흔히 지적되는 교육문제와 함께 소득분배의 악화와 관계 있다고 생각한다.

강남의 사설학원들은 잦은 입시정책의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여 학부모를 안심시켜 준다. 최근 서울대 신입생의 출신지역을 보니 강남이 얼마를 차지한다더라, 부모의 직업을 보니 전문직 이상이 대부분이더라, 강남에는 교육열 높은 계층이 다 모여 있더라, ... 이쯤 되면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은 무조건 강남으로 가는 것이다. 게다가 강남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계층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강남에서 살기 원한다.

자 그러면 강남에 아파트 장만할 돈은 어디서 나오겠는가.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다지만 바로 몇 년 전에 IMF 경제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우리의 소득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소득분배는 무서운 속도로 악화되었다.소득분배의 정도를 나타내주는 지니계수는 1996년의 0.29에서 2000년에는 무려 0.35로 뛰어 올랐다. 현재 월소득이 오백만원 이상인 고소득가구는 도시가구의 4.2%를 차지한다. 서울엔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고액연봉이 늘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신흥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전후에 맨주먹으로 부를 축적한 부유층 1세대가 서서히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있다. 강남의 아파트는 한정되어 있다. 그건 어차피 고소득층의 차지다. 그런데 고소득층의 부와 지불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강남 독주 현상의 중요한 이유다.

강남의 아파트 값 상승세가 진정되려면 결국 부유층에게 현재의 강남 이외에 다른 대안이 등장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고급주택, 고급 아파트 단지가 더 개발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대체재의 공급이 제한되는 한 강남의 독주는 여전할 것이다. 그러나 개발 이익이 고스란히 부유층에게만 돌아갈 수 없도록 세제를 정비해야 한다. 사실 요즘보다 더했던 80년대 말의 투기열풍을 잡은 것은 주로 부동산 거래세였다. 이제는 거래세 뿐만 아니라 보유세를 과감히 손질할 때다.

지난 12일의 정부 대책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의 33평형 한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가 현재는 16만원인데, 기준가 및 가산율 조정으로 25%정도가 인상되면 다음 번엔 20만원만 내면 된다. 4만원 오른 것이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지금 5억원을 넘는다. 서민들도 한 대쯤 갖고 있는 1500cc 소형자동차에는 한해에 27만원의 세금이 붙는다. 정부가 아무리 궤변을 늘어놓아도 이건 분명 잘못되었다. 물론 보유세의 인상은 주택공급 증대와 함께 추진해야 부동산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강도를 한층 높여도 무방할 것 같다.

다음은 부동산 안정대책과 교육정책을 적절히 연계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비추어 어쩔 수 없는 측면을 갖고 있다. 과학고등학교를 추가로 설립하거나 자립형 사립고 제도를 시작한다면, 지역 안배를 세밀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무턱대고 지역할당제를 하는 것보다는 교육의 경쟁력과 지역간 균형발전, 지가안정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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