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외국자본 유치하려면..

[CEO칼럼] 외국자본 유치하려면..

한영철 볼보트럭코리아 사장
2003.04.25 12:12

[CEO칼럼] 외국자본 유치하려면..

1998년 한국에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명예퇴직이라는 이름 아래 평생 직장의 개념은 소멸되기 시작했고 거리에 노숙자가 넘쳐나던 것도 이때다.

그 중 외국자본의 국내 유치는 국가 기간산업 파괴라는 비판 속에서도 위기 극복의 가장 큰 대안으로 자리잡으며 커다란 이슈로 떠올랐다. 어느덧 한반도는 세계 유수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해갔고 이 와중에 우리 국민들은 그저 불안한 시선으로 그들의 활동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그러한 외국기업들의 선진 경영기법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큰 호응을 얻게 될 정도로 이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욱이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견해가 지속적인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제 혜택 및 현금 인센티브 제공 등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외국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활발한 영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물론 그들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익히기 위해 일정기간 외국에 나가 사는 경우까지 있는 등 안간힘을 쓰는 형편이다.

그러나 정부가 외국자본의 국내 유치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 내기 위해서는 다음 2가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은 외국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논하기 전에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조차도 한국 내 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환경이라면 어떠한 외국자본이라 할지라도 한국으로의 진출을 주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제시되는 각종 아이디어가 한편으로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 제기는 결코 뜬금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등을 비롯한 높은 세금과 비합리적 노사관계, 불투명한 회계관행 등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동일한 장벽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은 외국자본의 투자유치 차원이 아닌 국가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 논의되고 접근되어야 할 사항들이다. 특히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 및 제도는 그 합리성 여부를 떠나 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무조건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인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그 다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글자 그대로 외국인들이 활동하고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전용 주거 단지, 학교, 병원의 설립 등이 한 방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실용적 영어교육의 강화와 전반적인 생활환경 수준의 향상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지 이제 불과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정서적으로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오늘날 한국의 비전은 그리 간단한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단순히 외국기업만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보다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투자하고 싶고 동시에 살기에도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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