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쉬운 訪日외교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대한 평가를 듣다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든다.
지난달 미국 방문에 대해 '비굴 외교'라는 성토가 거세더니 일본 방문 때는 아직 현지에 있는 대통령을 두고 야당이 '등신 외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을 퍼부었다. 3박4일의 일정을 끝내고 귀국을 준비하던 노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면 맥이 쭉 빠졌을 것이다.
사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평화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여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청와대의 자체 평가는 절하하더라도 갓 취임한 대통령이 미국,일본등 주변 열강의 정상과 양국 현안에 대해 인식을 나눈 것만으로 정상외교는 의미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을 대표한 대통령의 외교 활동에 대해 '등신'이라는 막말을 사용하는 정치권의 '유치함'이 짜증스럽다.
하지만 실용노선을 추구한다는 참여정부가 방일 외교에서 보여준 형식주의와 미흡한 사전 준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진정한 현실주의 외교는 국빈 대접을 받기위해 항일투사등을 기리는 현충일날 일본을 방문하는게 아니라, 일왕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현충일을 피해 방문하는 것이다.
또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케 하는 유사법안이 지난달 일본 중의원에서 통과됐음에도 정부는 방일 추진 과정에서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하지않았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방일 직전 참의원이 법안을 처리하자 뒤늦게 노 대통령이 일본국회 연설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톤을 '불안과 의혹'으로 높이는 선에서 대처했다.
참여정부는 출범 100일을 맞아 그동안은 국정 시스템의 정비기간이었다며 이제부터 시스템으로 일하는 정부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다짐후 첫 작품인 방일 외교를 보면서 여전히 시스템의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쩔수 없다. 대통령은 새 시대를 강조하지만 새 국정원칙이 아직 청와대내조차도 뿌리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