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용등급은 A, 개혁등급은 F

[기자수첩]신용등급은 A, 개혁등급은 F

김양현 기자
2003.06.12 12:28

[기자수첩]신용등급은 A, 개혁등급은 F

농업의 '농'자만 들어가도 그 기사는 금융권에서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농협 출입기자로서 관련기사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데 아쉬움을 느낀 게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며칠전 '농협개혁 표류'라는 기사를 쓰자마자 독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저 시골 듣도보도 못한 지역의 농협 조합장인데 기사를 보고 느낀점을 얘기했다. 농협 개혁과 관련 실상을 잘 짚어주었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개혁을 둘러싸고 내부갈등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신용(금융)사업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농민들을 위한 경제지원사업은 뒷전에 밀려있다는 불만도 터뜨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전화를 받은 다음날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농협에 대해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최고의 신용등급 A3를 부여했다. 이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신용등급과 같은 것이고 농협이 무디스로부터 처음받는 신용등급이면서도 국내 최고라는 것이다. 농협의 금융부문에서의 선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농협은 사상 처음으로 내주 3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을 앞두고 있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처럼 농협내에서는 최고의 신용등급을 받는 금융기관이라는 명성과 가장 낙후된 조직으로 평가 받으며 최우선 개혁대상으로 꼽히는 불명예가 공존하고 있다. 중앙회에서는 초우량 금융기관이라고 자부하지만 지역 조합원들은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연일 데모를 하는 것을 보면 뭔가 '알력과 갈등'이 심각한 것만은 분명하다.

 

때문에 전대미문의 농협개혁이라는 임무를 띄고 농협개혁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크게 기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신용사업과경제사업 분리, 부실농협 합병등 많은 개혁과제가 있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오죽하면 농협 직원들조차 개혁은 이미 포기했다고 말할까. 농협은 신용등급은 A일지 몰라도 개혁등급은 아무래도 F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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