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나로 '진통', 건강한 '산고'

[기자수첩]하나로 '진통', 건강한 '산고'

김현지 기자
2003.06.26 14:21

[기자수첩]하나로 '진통', 건강한 '산고'

자본금 1조4000억원, 부채 2조2000억원, 1년 매출 1조2000억원, 직원수 1400여 명의 하나로통신이 기로에 섰다. 지난 24일 이사회에 모인 10명의 이사들은 책상위에 놓인 산더미 같은 서류와 자료더미를 앞에 두고 장고에 빠졌다.

신주 1주당 3000원, 총 10억5000만 달러 유치라는 AIG-뉴브릿지와의 협상안을 승인하면 독자생존으로, 거부하면 LG그룹 인수합병으로 간다. 이들은 신주가 3000원이라는 가격산출근거에 대한 질문과 설명으로 대여섯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 논쟁은 오후 8시 중국집으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 3000원은 회사 내재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헐값 아니냐는 의견이 주된 이슈였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속의 산법은 다 달랐을 것이다. 하나로통신 처리는 향후 통신시장 구도를 풀 핵심열쇠이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을 살리면 KT SK텔레콤 LG그룹 하나로통신 등 2강2중의 구도가, 하나로통신을 LG그룹으로 넘기면 KT SK텔레콤 LG그룹의 3강 구도가 짜여진다. 이사회는 결국 9시간이 넘는 장고에도 불구하고 `승인`이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나로통신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관련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말을 아낀다. 지금처럼 예민한 순간에는 몸을 숨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인 듯 하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있다. "한 나그네가 길을 잃고 보이지 않는 벽에 둘러싸인 것처럼 밤새도록 걸었다. 먼거리를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새벽 동틀 무렵 나그네는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나로통신이 겪고 있는 진통이 건강한 통신시장 탄생을 위한 산고가 되길 바랄 뿐이다. 밤새 부질없이 같은 자리를 맴돌지는 말기를. 하나로통신을 둘러싸고 들리는 `음모` `배반` 등 온갖 상호 비방의 말들이 안타깝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