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캐피탈의 말바꾸기

[기자수첩]삼성캐피탈의 말바꾸기

서명훈 기자
2003.07.02 12:19

[기자수첩]삼성캐피탈의 말바꾸기

'늑대와 양치기 소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들려줄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얘기 가운데 하나다. 이 얘기의 교훈은 간단하다.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면 설사 진실을 얘기하더라도 사람들이 믿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불행히도 기자는 어제 양치기 소년이 되어 버렸다. 그 사연은 이렇다.

얼마전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과 삼성캐피탈이 손을 잡고 국내 자동차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한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삼성캐피탈 입장에서는 연체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숨길만한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삼성캐피탈의 반응은 의외였다. 이에 대해 삼성캐피탈은 "현재 GM과 접촉하고 있지 않으며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를 부인했다.

삼성캐피탈의 이런 입장은 불과 보름만에 바뀌어 버렸다. 어제 또 다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보도되자 이번엔 "의견서를 서로 교환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물론 기업간 합작법인 설립은 상호 보안을 유지하기로 사전에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밝히기 힘든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와 '합의된 내용이 없다'는 것이 같은 뜻일 수 있을까?

결국 입장을 바꿔버린 삼성캐피탈도, 두가지 입장을 모두 기사화한 기자도 양치기 소년이 돼 버렸다.

기업의 신뢰성을 얘기할 때 흔히 존슨앤존슨의 사례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이 회사는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을 판매했는데 지난 82년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 캡슐에 극약을 넣어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식품의약국(FDA)은 즉각 사고가 난 시카고지역의 제품을 수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존슨앤존스는 시카고 뿐만 아니라 미국 전지역의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무려 1억달러라는 광고비를 들여 "원인규명이 될 때까지는복용치 말라"는 소비자경보까지 발령했다. 그 이후 이 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더 높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양치기 소년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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