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부총리의 금융기관 탓
"정책 성공은 정부의 몫이고 실패하면 금융기관 탓인가"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금융경영인 조찬회에 참석, 시중은행장 등 금융기관 CEO를 앞에 두고 작심한 듯 강한 어조로 '질타'에 가까운 강연을 했다. 금융기관의 후진적 경영에 대한 '훈수'도 적지 않았지만 카드 문제는 물론 부동산 급등까지 모든 문제의 책임을 금융기관에 물었다. 김 부총리는 "투신권 환매, 가계 부채 등의 문제에서 정부와 감독기관의 잘못도 있겠지만 금융기관 스스로도 잘못한 것은 없었는가 돌아봐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카드 문제 등은 금융기관이 자초한 것"이라고 금융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 "(금융기관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손쉬운 영업을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몰아부치고는 "부동산 문제를 보면서도 우려를 갖고 있다"며 집값 상승 책임을 금융기관에 돌렸다. 이어 "기업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하자고 하는 반면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지 말라"며 발언수위를 높여갔다.
물론 경제부총리가 잘못된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호통을 치는 것은 필요하다. 과당경쟁 등 금융권이 보여준 행태는 결코 쉽사리 넘길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남을 혼내기 앞서 정부 스스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순서다. '인위적 내수부양' '카드사 감독 부재' '미흡한 부동산 대책' 등 일련의 정책 실패에 대해 정부가 속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경기침체에 대해서도 '이라크 전쟁' '북핵문제' '세계경기 회복지연' 등 외부 탓만 하며 반년을 보냈을 뿐이다. 정책의 일관성은 하나의 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그래야만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정부의 '호통'이 힘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을 때리라'며 사랑의 매를 건내는 선생님이 가장 무서웠던 기억을 한번 떠올려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