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Flight to Certainty

[오늘의 포인트]Flight to Certainty

권성희 기자
2004.06.17 11:49

[오늘의 포인트]Flight to Certainty

"매매하기도 힘들겠지만 기사 쓰기도 곤란하시겠어요." 한 펀드매니저가 시황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한 말이다. 증시가 재료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선물시장과 이에따른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변동하고 있어 매매를 쉬고 있다며 한 말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인과 개인의 선물 매매에 따라 베이시스가 결정되고 프로그램 매매가 현물을 뒤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물 매니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시장이 제어 불가능한 요소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헤지 차원에서 선물을 조금 하고 있는데 어제(16일) 장 초반 장이 급등해 선물 매도를 좀 풀었더니 막판에 지수 상승폭이 크게 축소돼 손해만 봤다"며 "현물도 선물도 쫓아가는데 급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만 거래량, 거래대금의 감소를 겪는 것은 아니다. 미국 증시도 6월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상폭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망만 하며 거래량이 평소 대비 4억주 가량 급감했다. 6월30일 FOMC가 끝나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시장이 방향성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16일) 종합주가지수는 한 때 770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나 결국은 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780까지 반등은 기술적으로도 쉬울 것이라 예상했으나 이번 반등의 고점은 770에서 끝나버린 듯하다. 종합주가지수는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강보합, 약보합을 오가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반등력은 크게 약화돼 반등의 막바지에 도달한 듯 보인다.

국내 증시와 강한 연동성을 보이는 대만 증시가 2% 이상 오르고 있는데 비해 국내 증시가 저조한 이유는 수급이 그만큼 더 취약하기 때문. 올들어 종합주가지수는 8% 가량 하락한데 비해 대만은 5.6% 떨어졌다. 대만에 비해서도 뚜렷한 '언더퍼폼(Underperform)'이다. 무엇보다도 선물시장에 따라다니며 보이는 변동성이 현물 투자를 힘겹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적지 않은 펀드매니저들이 6월말 미국의 금리 인상과 7월부터 본격화되는 2분기 기업 실적발표를 계기로 시장이 안정을 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지수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인데 이미 방향성이 밑으로 꺾인 상황에서 어디까지 반등하느냐, 어디까지 떨어지느냐를 논하는게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는 것이다.

시장이 하는 말을 들어라

익명을 요구한 이 주식운용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승 사이클은 마무리됐다고 본다. 한 사이클이 이제 막 끝났는데 곧바로 다시 추세적 상승으로 들어가기는 힘들다. 새로운 추세가 나올 때까지는 박스권이 아니겠느냐. 물론 얼마나 깊이 빠지느냐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내수가 바닥권이니 곧 올라갈 것 아니냐며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이미 사이클상으로는 내수가 어느 정도 증가율을 보여야 하는데 상당 시간 지나서도 지지부진 하다면 이번 사이클서 회복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아마 바닥권에서 계속 횡보하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꺾였고 지수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밸류에이션이 싸다, 밸류에이션상 50~60%의 상승 여력이 있다 얘기들을 하는데 이것도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논리는 내년과 내후년 기업 실적이 좋다는 가정하에 나오는 주장인데 지금 시장은 이 논리를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시장은 이게 아니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 물론 시장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면 큰 반등이 있을 거다. 하지만 시장이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장에서는 포트폴리오로 대응해야 한다. 나는 '확실성 대응(Flight to certainty)'을 권고한다. 현금 흐름이 확실한 종목으로 다 옮겨 놓았다.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싸냐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향후 현금 흐름이 얼마나 확실하고 안정적이냐, 경기에 상관없이 얼마나 실적이 안정적이냐가 중요하다. 수출 수요는 약화가 예상되므로 전기전자(IT)는 피해야 한다."

외국인이 기가 막혀

지금 누구보다도 곤란한 것은 외국인이다. 워낙 국내 투자 기반이 약하다 보니 조금만 팔아도 주가는 민감하게 떨어진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헤드는 "밸류에이션은 싸 보이는데 이게 맞는 밸류에이션인지 고민이 많다"며 "현재는 시스템 리스크로 들어가느냐 그 리스크를 피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거의 1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 리서치 헤드는 "은행주 PBR이 1 밑으로 내려간다면 시장이 시스템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현재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1)내수가 언제 회복되느냐 2)중소기업 여신 리스크는 어떤가 3)중국과 일본은 좋아보이는데 한국은 수혜를 받아 좋아지지 않겠느냐 등이다. 결국 지금 리스크는 큰데 중국, 일본을 보면 장기적으로 사야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이다.

고민하며 IT 비중을 줄이기도 하고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사기도 하지만 활기는 없고 계속되는 한국 증시의 언더퍼폼에 걱정은 깊어간다. 지금으로선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굳이 팔 필요가 없고 주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지금 굳이 살 필요가 없다"(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태도가 최선이다. 지리한 관망만 계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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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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