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먹을게 없어 지켜보고 있다"
장 초반 오랜만에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고 프로그램 매물 압박이 심해지면서 강세 출발했던 종합주가지수가 하락 반전했다.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3개월째 하락세로 나타나 미국 소비 지출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다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고 달러화 약세도 새로운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에서 새로운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도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
종합주가지수 810이 깨져 800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 투자가들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한 편이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관 투자가들을 만나보면 연기금은 조금씩 주식 투자의 리스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투신권은 돈이 워낙 안 들어와서 천수답 상태"라고 전했다.
주가 급락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높지는 않다는 지적. 투신권으로 자금 유입이 거의 없는데다 연기금은 9월에 자금을 집행한 후 쉬고 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해왔던 금융기관의 주식운용 담당자는 "장기적으로 여전히 낙관하지만 일단은 차익 실현한 뒤 쉬고 있다"고 말했다.
쉬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 담당자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내수 침체가 심화되고 은행 연체율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내수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전기전자(IT) 관련주는 달러화 하락으로 수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하락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이고 내수주는 내수 회복 지연으로 오르기가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먹을게 별로 없어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부분의 시세 메이커(Maker)들도 손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한 투신사의 주식운영팀장도 이 담당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 팀장은 "많이 떨어졌지만 지금 당장 추세적으로 위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며 "수출이 버텨줘야 하는데 환율 문제가 불거져 IT는 단기적으로 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기술적 반등 외에는 기대할게 별로 없다는 의견이다.
이 팀장은 "800이 깨질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 불안감이 큰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싸보이는 좋은 종목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종목별로 보면 지금부터 조금씩 사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먼저 시장에 들어갈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팽배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자들의 PICK!
또 다른 투신사 주식운용본부장도 "연기금이 9월에 자금을 좀 집행했다가 10월에는 여건이 어려워졌다고 판단, 집행을 중단했다"며 "조심스러운 건 당연한데 유가가 더 올랐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 여건이 주가가 720일 때 여건에 비해 크게 나빠진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오히려 경기 둔화 우려감이 현실화됐고 미국 금리 인상도 시작됐고 기업 실적 감소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악재 노출로 인한 미래 가시성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주가 800은 전저점 720일 때와 같은 수준이 아닌가 싶다"며 "여름에도 주가가 700에서 720을 오락가락하면서 하방경직성을 시험받았듯 현재는 800대에서 그 시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비달러화 자산으로 국제 자금이 이동, 국내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굿모닝신한증권의 박 연구원에게 최근 달러화 하락이 새로운 악재로 등장한 점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달러화가 하락해 원화 가치가 절상되면 기계적으로 수출에 대한 타격, 특히 IT주에 대한 타격이 걱정거리로 제기된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는 긴 게임이다. 달러화 약세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점과 수입 물가 하락을 유발해 내수 진작 효가가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시간이 지나가면 부각될 것이다.
사실 지금 더 큰 문제는 유가 상승이다. 외국인들이 최근 14일째 거래소시장에서 순매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유가 상승과 이로인한 세계 경제 전망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고 전체적으로 순매도로 나타나는 것은 매도가 많기 때문이라기 보다 불확실성이 짙은 상황에서 매수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경제 모멘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외국인들의 단기 자금이 매도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판단한다. 장기적으로 달러화 약세는 비달러화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는 규모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일시적이라고 본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 매매는 연초 매수, 4월 중반 중국 우려로 급매도가 이뤄진 후 5월부터는 사실상 큰 흐름이 정체된 채 단타 자금이 등락날락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매도에서 추세적인 의미나 큰 변화를 읽어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지만 규모는 확실히 줄었고 최근 순매도는 매도 확산 때문이 아니라 살 종목이 별로 없다는 현실(달러화 약세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IT 모멘텀 둔화 우려, 내수주는 많이 오른데 따라 추가 매수가 부담스러운 점)로 인한 매수 위축 때문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최근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프로그램 매도 때문이다. 이에대해 차광조 메리츠투자자문 이사는 "현물을 사면 자금이 100% 다 주식에 묶이지만 선물을 가지고 있으면 증거금을 15%만 넣어두면 되기 때문에 나머지를 콜에 넣어 콜금리만큼의 차익을 누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이사는 "12월에는 인덱스펀드들이 배당금을 받기 위해 선물을 현물로 교체하기 때문에 11월말~12월초까지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11월 중순 이후부터 프로그램이 증시의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중후반까지는 프로그램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