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공항' 수혜지 "기획부동산까지…"

[르포]'서울공항' 수혜지 "기획부동산까지…"

원종태 기자
2005.03.09 17:37

[르포]'서울공항' 수혜지 "기획부동산까지…"

"기획부동산까지 설치고 다니니 이제 여기도 큰 장이 서려나 보네요"

서울공항 이전 검토소식이 알려진 뒤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9일 낮. 서울공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성남시 오야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기대반 걱정반'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항이전 발표가 있은 뒤 전화문의와 방문객은 늘어났지만 암암리에 기획부동산이 땅 매입작업을 벌인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투기 조짐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현지 중개업소 사이에서는 서울의 S부동산이 작년초 성남시 오야동 일대 13만평짜리 임야를 평당 15만원에 일괄 매입한 뒤 일반인에게 평당 최고 50만원을 받고 되판 사례가 지금도 화제다.

최근에는 또다른 기획부동산이 수천평 규모의 임야 매입 작업을 끝내고 일반인에게 땅을 되팔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서울공항 이전 검토가 발표되면서 대규모 투기붐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발빠른 개인투자자도 속속 몰려들고 있다. 9일 오전부터 전화문의와 외지인 방문이 부쩍 증가한 모습이다. 오야동 일대 중개업소에는 이날 고급승용차들이 속속 주차장을 메웠고 투자자들이 중개업소 직원과 땅을 보러가는 장면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일부 중개업소는 방문객들이 차례를 기다려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판교 능가하는 입지여건 매력적〓정치권에서 서울공항 이전을 시사하자마자 이 지역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는 것은 입지가 뛰어난 때문이다. 공항 이전의 최대 수혜지인 성남시 신촌동 심곡동 오야동 시흥동 일대는 강남의 지하철3호선 수서역을 밤고개길을 통해 자동차로 10분내에 닿을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서울공항 이전으로 이 일대가 개발되면 판교신도시를 능가하는 인기를 끌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오랜 기간 그린벨트로 묶여 주변경관이 수려한 것도 이 일대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공항 이전 외에 판교신도시 개발이 일단락되면 개발압력이 이곳으로 밀려올 수 있는데다 영덕-양재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매도자들도 공항 이전 검토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망세로 돌아섰다. 오야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자가 당초 평당 100만원에 땅을 팔기로 잠정 협의했는데 오늘 평당 110만원 아니면 팔지않겠다고 해 계약이 깨졌다"며 "매수세는 붙고 있지만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여 호가만 올라갈 조짐"이라고 밝혔다.

서울공항 북쪽의 강남구 세곡동 내곡동 일대도 수혜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지역은 워낙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공항 이전 효과에 따른 가격상승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일대 땅값은 대지는 평당 1000만원, 논밭은 평당 600만원을 호가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투자금액 크고 장기간 묶여〓서울공항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만으로 무턱대고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특히 판교개발 등의 영향으로 서울공항 인근지역 땅값이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어지간한 자금이 아니면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당장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로변 대지는 평당 700만원을 호가한다. 도로 안쪽 대지도 평당 600만∼650만원을 호가한다. 대로변 그린벨트내 논밭마저 평당 350만원에 매물이 나올 정도다. 임야는 크기에 따라 평당 15만∼30만원대 가격이 책정돼 있다.

또다른 걸림돌은 비싼 투자금액이 장기간 묶여야 한다는 점.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서울공항 이전은 대체부지 마련이 필수인만큼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서울공항 외에 미군기지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어 별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세곡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공항외에도 30만평에 달하는 미군기지가 이전되야 개발이 가시화될 수 있다"며 "군당국이 즉각 서울공항 이전 불가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서울공항 이전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토지 투기지역, 그린벨트 등 3중으로 규제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도 투자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오야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공항이전 수혜지인 성남시 신촌동, 심곡동, 오야동 일대는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토지전용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기호재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평당 700만원짜리 대지를 100평만 구입해도 7억원이기 때문에 자금력이 충분하고 땅투자에 밝은 고수들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