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선수'들은 다르네요

[현장클릭]'선수'들은 다르네요

김진형 기자
2005.04.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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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선수'들은 다르네요

2년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003년 초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던 SK글로벌(현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이 있었습니다. SK네트웍스가 최근 승승장구(?)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 사건이 많이 지워졌습니다. 어렴풋이 기억 나신다면 혹시 같은해 6월 참여연대 화장실에서 발견된 SK글로벌 채권단과 SK그룹간에 체결된 양해각서를 떠올릴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의 김승유 전 행장과 SK그룹 손길승 전 회장간에 체결한 각서였습니다.

두 사람이 비밀리에 서울 롯데호텔에서 체결한 이 양해각서의 복사본 2부가 참여연대 사무실이 있는 건물 2층의 느티나무 카페 안과 화장실에서 각각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채권단과 SK그룹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과 SK그룹은 각각 각서 유출자 색출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SK그룹은 어디서 유출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유독 김승유 전 행장은 공개적으로 '하나은행에서는 절대 유출되지 않았다'고 못박았습니다.

김 전 행장은 어떻게 확신했을까요. 이유는 서명에 있었습니다. 김 전 행장은 유출된 복사본에 나와 있는 자신의 서명을 보고 SK쪽에서 흘러나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아시겠지만 통상 이 같은 각서는 2부 만들어 양 당사자가 서명을 하고 하나씩 나눠 갖습니다. 그런데 김 전 행장은 일부러 2부에 조금씩 서명을 틀리게 했다는 겁니다. 그는 SK쪽에 준 각서에는 김승유의 '유'자 받침을 밑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자신이 가져온 나머지 한부에는 받침을 그보다 짧게 썼습니다. 참여연대에서 발견된 복사본에 나온 그의 사인은 '유'의 받침이 밑으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습니다. 합의문에 자신만이 구분할 수 있는 '비밀표시'를 해놓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표시 때문에 김 행장은 유출된 사본이 SK쪽에서 새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겁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손 전 회장도 2부에 서명을 각각 다르게 했다고 합니다. 한부는 서명 라인에 쓰고 나머지 한부는 서명 라인 바깥에 썼다고 하네요. 역시 오랫동안 최고경영자(CEO)를 하면서 수많은 합의서에 서명을 해왔던 '선수'들은 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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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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