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철강업,'블랙홀'...월드베스트 성큼

[르포]中철강업,'블랙홀'...월드베스트 성큼

상하이 연착=이승제 기자
2005.04.19 07:39

[르포]中철강업,'블랙홀'...월드베스트 성큼

3년만에 중국 상하이를 다시 찾았다. 이번 출장에선 상하이(上海), 우시(無錫), 장인(江陰) 등을 둘러봤다. 무엇보다 중국 철강업의 발전과 변화 그리고 가능성을 견문 초점으로 잡았다. 중국 철강업은 얼마나 위협적인가, 그들은 왜 무서운 철의 나라로 부상하고 있는가…

중국 철강산업은 세계 철강업의 다크호스로 여겨지고 있다. 단순히 떠오르는 별이 아니라 세계 철강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진원지로 작용하고 있다. 거대한 내수 시장, 대규모 철강 관련 투자 진행, 철강 원자재의 블랙홀 등으로 세계 철강업계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멈춤은 없다. 전진만이 있을 뿐"

<사진설명> 푸강에서 바라본 푸동지구는 3년전보다 더욱 화려해 졌고 한결 정돈된 느낌이다. 선박들이 푸강을 따라 끊임없이 제품과 원자재를 나르고 있다.

상하이는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크게 동쪽과 서쪽으로 나뉜다. 서쪽은 오래된 지역으로 프랑스 등의 조계지역이고, 경제특구인 동쪽(푸둥지구)은 새로 건설된 신건설 지구다. 3년전. 푸서지역은 옛 조계지 시절 건물들이 주류를 이루며 푸동지역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으나 이제 첨단 디자인의 웅장한 건물들이 여기저기 고개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

상하이 주민들이 선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푸동지구는 예전보다 더욱 화려해졌다. 예전에 한창 신건물을 건설하던 곳들이 다채로운 색깔과 디자인으로 장식된 마천루 숲으로 변해 있었다.

<사진설명>이제 푸서지역에도 개발 및 산업화의 바람이 넘실거리고 있다. 조계지 시절 세워진 고색창연한 건물 사이로 최신식 비즈니스 건물들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동국제강 무석장강박판유한공사가 자리잡고 있는 우시에 접어들었을 때 동국제강 관계자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3년전 자신이 방문했던 도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전히 변했다는 설명. 우시는 소주(蘇州)에서 자동차로 2, 3시간 남짓 달리면 나온다. 땅덩이가 넓은 중국에서야 가까운 이웃처럼 여긴다지만 우리나라 개념으로 경기도 남쪽 끝 또는 충청북도 북단 정도 거리다. 하지만 이곳 우시에까지 건설과 산업, 그리고 소비열풍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호텔과 비즈니스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섰고, 곳곳에서 건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중국의 도전, 얼마나 위협적일까

철강산업의 대표적인 소비처는 건설, 조선, 자동차, 전자 분야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모두 세계 최대 국가로 발돋음하고 있고, 자연 철강산업이 폭발적인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 철강업은 이미 일본과 한국의 양대산맥을 깨치고 '3국 정립(鼎立) 구도'를 형성했다. 외형상으로 중국 철강업은 이미 세계 1위다. 생산량, 소비량, 원자재 수입량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세계 철강생산량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지난 1990년대부터 10여년만에 절대강자를 향한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의 철강산업은 양적인 면에서 팽창일로를 걸었지만 아직 기술력 등에서 한국와 일본에 비해 크게 뒤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양적 확장에 이어 질적 향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잠재 맞수"라고 말했다. 세계 철강산업의 주도권은 유럽→미국→일본 및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 중국 철강생산량은 고도 경제성장, 건설경기 호황 지속, 조선 등 철강 관련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 등에 힘입어 매년 2000만~3000만톤 가량이 증가해 왔다. 포스코의 연간 조강생산량이 3000만톤임을 감안하면 매년 포스코 규모의 회사가 하나씩 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철강업은 중국 정부의 경제 연착륙(소프트랜딩) 시도에 의해 확장세가 다소 위축될 것이란 예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비록 상승곡선이 다소 꺾일지라도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동국제강 고영철 유니온스틸차이나 판매본부 총경리는 "중국 국내 재고가 많지 않고 국제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와 같이 대폭 하락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높은 국제가격수준이 이어지고 있어 여전히 확장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총경리는 "다만 중국 정부의 금리 재인상설, 인민폐 평가 절상 등이 변수로 등장한 상태"라며 "현지에선 이번 발표에서 인민폐 평가절상보다는 금리 조정을 통한 연착륙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은 1위인 한국과 일본 등을 바짝 뒤쫓고 있다"며 "조선, 건설 등 연관 산업의 지속 발전에 힘입어 중국 철강업은 확장세를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철강업은 지난해부터 생산 철강재를 내수가 아닌 수출로 돌려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내수를 충족한 뒤 해외공략에 뛰어든 것. 비록 고급강재 등에서 한국, 일본에 비해 밀리고 있지만 가격경쟁력 등을 앞세워 시장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여 한국, 일본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양적 팽창에 이어 질적 성장을 이룰 경우 '차이나, 월드 베스트 시대'를 열 공산이 크다는 위기의식이다. 중국 철강업은 다크호스를 넘어 세계 철강업의 블랙홀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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