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상무가 300명, 이사는 500명?
국내 은행들중 임원수가 가장 많은 은행이 어디일까요. 자산 200조원에 직원수가 2만8000명에 달하는 국민은행일까요. 아닙니다. 국민은행 자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한국씨티은행입니다. 현재 국민은행의 임원수는 은행장부터 단장까지 모두 합쳐 41명이지만 씨티은행은 상무 이상이 65명이나 됩니다.
이유는 옛 씨티은행의 직급 체계에 있습니다. 옛 씨티은행은 옛 한미은행에는 없는 전무, 상무라는 직급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 두 직급으로 상당수가 승진하면서 임원수가 급격히 늘어난 겁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말 승진 인사를 단행, 2명이던 전무를 13명으로, 33명이던 상무는 46명으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상무는 옛 한미은행의 1급보다도 경력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옛 한미은행 직원들이 1급 부장이 되기까지는 보통 20년 정도 근속해야 하지만 씨티은행의 상무는 70년대생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호칭과 직급을 통합하는 문제가 한국씨티은행의 골칫거리입니다. 옛 씨티은행 호칭에 맞춰 통일할 경우 상무만 300명에 이사는 500명이나 되고 그렇다고 옛 한미은행 호칭에 맞출 경우 씨티은행 상무들은 직급이 강등되는 상황이 되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옛 한미은행 노조는 지난 4월말 인사가 씨티은행 사람들의 자리만들기 인사였다며(노조는 '4·20 인사테러'라고 부르더군요) 본점 로비에서 열흘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조는 또 옛 씨티은행의 상무를 한미은행 1급~2급으로 대우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으며 전무 이상 부행장까지 17명의 임원 중 옛 한미은행 출신은 단 한명밖에 없어 옛 한미은행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상당한 상황입니다.
합병은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은 '실험'입니다. 합병이 어려운 것은 두 회사의 합병협상이 고도의 두뇌싸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통합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실패한 합병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습니다. 특히 완전 다른 조직구조와 문화를 갖고 있던 두 회사간의 합병은 그만큼 더 어렵습니다.
옛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은 '토종과 외국계' 은행간의 합병입니다. 시쳇말로 '된장과 버터'를 섞는 작업입니다. 씨티은행 경영진이 많은 검토와 토론을 통해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씨티은행 전 직원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옛 한미은행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면 성공적인 통합은 기대하기 힘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