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첫출발이 '롱'이어야
얼마전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도중에 기사분들이 공유하고 있는 징크스 몇가지 들었습니다.
'장사가 안될 때는 앞 손님 가로채는 놈들까지 많더라'는 이야기부터 '첫 영업에 손님이 만원짜리를 내면 온종일 만원짜리만 들어와 잔돈이 부족하다'는 말도 재밌었습니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아침에 롱을 뛰면 온종일 롱'이라는 징크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롱'은 장거리 손님. 즉 'Long'을 말하는 것인데요, 대부분의 기사님들이 첫 손님을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고객으로 시작하면 그날 종일 장거리 손님이 많아 수입이 짭짤하다고 하네요. 그만큼 첫 출발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죠.
생뚱맞게 택시기사님들의 징크스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새출발을 앞두고 있는 부산 한마음저축은행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한마음은 지난해 9월 영업정지를 당하고 올해초 공개매각에 실패했습니다. 이후 다행히솔로몬저축은행에서 인수, 정상화 단초를 마련하고 이달 25일부터 정상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첫 출발이 그리 순탄치 않을 듯 싶습니다. 기존 노조를 인정치 않겠다는 솔로몬의 방침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조원들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원들은 부산본사와 서울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어 영업이 재개되면 그간 불편을 감수해온 고객들도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일단 노조원들의 요구가 다소 무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매각이 자산·부채 이전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고용승계의 의무는 없다는 것입니다. 노조는 솔로몬을 압박하기 위해 밀실매각이나 부실확대 등의 문제를 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것도 무분별한 명분얻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노조가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지만 솔로몬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수년간 회사를 지켜온 직원들로 이뤄진 노조를 인정하고, 그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전에 존재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솔로몬이 단기간에 성장하며 쌓아온 수직적 조직문화에도 노조의 반발이 큽니다.
저축은행의 영업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사명인 '솔로몬'처럼 한마음노조와 현명한 해결책을 찾기를 바랍니다. 첫 출발이 좋아야 조직도 롱으로 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