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고객 한꺼풀만 더 들어가 보십시요. 그러면 중소기업이 나올 겁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금융 관련 부서장을 만나서 들은 얘깁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설명은 간단했습니다. 국내에 중소기업이 수백만개가 있는데 주요 PB 고객들의 상당수는 바로 중소기업 CEO들일 거라는 겁니다. 돈이 아주 많거나 적은 사람보다는 돈이 적당하게 많은 사람들이 PB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고 중소기업 CEO들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B 영업을 잘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시중은행의 경우 PB 고객의 기준을 금융수신 1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고객은 약 1000명 정도 수준이라고 합니다. 수백만개의 중소기업 중에서 우량 기업의 CEO들만도 추려도 PB 고객 1000명은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 부서장은 "중소기업 금융을 잘 하면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게 무척 많다"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PB 영업을 해보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상당히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 금융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설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앞으로 국내은행들의 미래는 바로 중소기업 금융에서 결정이 날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우량 중소기업 제대로 하나만 유치하면 각종 기업 금융은 물론 직원들의 급여 계좌, 카드 등 여러가지가 다 따라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금수요가 없는 대기업이나 개인에 비해 중소기업이 훨씬 영업기회가 많다는 것이죠.
그는 또 "최근 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줬는데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서 진짜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만들어보는 것도 금융인으로 정말 해볼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와 보증기관,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연결해서 제대로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는 구도를 짜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한번 생각해봄직한 제안까지 덧붙였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은행들이 찾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대안시장이 은행들이 그동안 외면했던 중소기업 금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행 중소기업 담당자의 중소기업 금융 사랑, "프로는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떠올라 흐뭇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