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제야 거론된 중국 인권

[기자수첩]이제야 거론된 중국 인권

박성희 기자
2006.02.20 08:20

"당신들의 행위는 중국 정부에 대한 구역질나는 협력이다." "용납할 수 없는 치욕적인 일을 하고 당신네 경영진이 어떻게 밤에 잠을 잘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15일 미국 하원 국제관계 인권 소위원회에서 야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시스템 등 미국의 거물급 인터넷업체 대표들에게 의원들의 거센 호통이 이어졌다. 중국에 진출한 이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과 제한에 순응해 인권 탄압에 동조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중국 구글 사이트(google.cn)에서 '천안문 광장'(Tiananmen Square)을 검색하면 1989년 천안문사태 당시 군대가 탱크를 몰고 시위를 진압하는 사진 대신 천안문을 배경으로 관광객이 찍은 사진이 나온다. '달라이 라마'라는 검색어에는 승려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달라이 라마는 조국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등장한다.

세계 유수의 검색 사이트가 이렇게 반쪽 자리로 전락한 것은 중 당국이 폐쇄를 요청한 요주의 사이트를 삭제한 채 검색 결과를 제공하거나 '자유' 또는 '민주주의' 같은 표현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야후는 당국이 추적하던 반체제 기자의 신원을 확인해 체포를 도왔고, 시스코는 중국 경찰에 트래픽 검열 및 이용자 감시 기술을 제공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미국에게 자국의 기업들이 거대 시장에 눈먼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치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 국제관계위는 자국 인터넷업체의 이런 행위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제출키로 하고 중국을 인터넷 통제국으로 지목했다. 미 국무부도 '세계 인터넷 자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를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인권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던 것을 생각하면 중국에 대한 대처는 한참 늦었다. 동등한 인간의 권리가 국가의 실리 속에 다른 잣대로 매겨진 셈이다.

중국은 여전히 중국 법률을 준수해 당국의 검열을 수용하든지, 아니면 사업을 포기하라고 인터넷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양국간 강경한 입장을 보면 인터넷 검열을 둘러싼 양국의 설전은 결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두 강대국이 과거와 같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다 중국 민초들의 인권만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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