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와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격돌이 잠시 소강국면으로 들어갔다. 양측이 국내보다는 60%가 넘는 해외주주를 대상으로 표심 얻기에 나서면서 대결장소가 국외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언론 노출이 거의 없는 칼 아이칸 측 행보와는 달리 KT&G쪽 움직임은 활발하다. 이사 선임과 관련한 아이칸 제안 '공식거부', 곽영균 사장의 주주 대상 서신 공개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릴 뿐 국내주주와의 쌍방향 대화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아이칸 요구에 대한 회사 입장은 지난 16일 밤에 공개됐다. 정확한 시각은 자정에 임박한 오후 10시50분이었다. KT&G는 밤늦은 설명에 대해 임원진의 해외IR 관계로 회사의 입장을 불가피하게 외인 투자자들도 동시에 알 수 있도록 미국 시각에 맞춰 알렸다고 해명했다. 국내 주주가 이를 접했을 다음달 아침에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 밤늦게 잠자리에 드는 올빼미형 주주가 아니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일이다.
KT&G는 20일 서신을 통해서는 감사도 집중투표제를 통해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14일 이사회 개최 후부터 감사에 대해서는 찬반투표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회사측은 언론보도에 오해가 있었다며 선임방식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찬반투표는 이사회 당일부터 반복적인 확인을 거친 결과다. 전문가라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감사 선임방식이 언제 바뀌었는지를 취재진에게 되묻고 있다.
양측의 경쟁에서 초기 기선 제압은 아이칸이 했지만 이후 주도권은 KT&G쪽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많다. 국부 유출 우려라는 해묵은 명제가 아니더라도 지분분산이 잘 된 기업의 위험성과 민영화의 제도적 결함 지적이 많은 공감대를 확보한 결과다.
주주총회 표대결까지 양측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내건 해외건 주주의 마음을 얻는 것은 기본 전제다. 소수라고 해서 국내 주주를 등한시한다면 애써 쌓아둔 KT&G의 공든탑은 일순간에 허물어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