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만에 총회에 왔는데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무역협회가 산업자원부 정거장이냐"
22일 한국무역협회 정기총회장은 한바탕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기저기서 욕설과 삿대질이 오갔다.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한 회원은 "청와대가 민간단체인 무역협회 회장을 업계 대표도 아닌 전 산자부 장관을 내려보내 무역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회원사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대기업 중심의 무역협회 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물론 산자부 장관 출신의 회장 선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총회를 주재한 김재철 회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새 회장에 선출하는 데 반대하는 회원들이 앞다퉈 의사진행 발언을 하자 실무진들과 논의하는 횟수도 늘었다.
회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김 회장이 선택한 것은 기립표결. 이 전 장관에 찬성하는 회원들은 일어나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반대하는 사람에게 일어나라고 요구하는 등 시종일관 오락가락했다.
이 전 장관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선언한 김 회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회장을 빠져나갔다. "8년만에 왔는데 또 이럴거야"라는 야유와 욕설이 그 뒤를 따랐다.
취임사를 마치고 신임 이 회장은 자신에게 항의한 한 회원에게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먼저 몸을 낮춘 것이다. 회원의 손을 잡고 웃는 그의 얼굴도 이미 상기돼 있었다.
이 회장은 이날 해프닝을 두고 두고 기억해야 할듯하다. 표대결로 가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반대한 적지 않은 회원들을 의식해야 하며 중소 무역업체를 지원한다는 협회의 본래 설립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