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나로와 공익성 심사

[기자수첩]하나로와 공익성 심사

이구순 기자
2006.02.24 09:21

통신업계에 '공익성 심사제도'라는 게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영권 변화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회는 지난 2003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고쳐 기간통신사업자의 국적성과 공익성을 정부가 심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정보통신부는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이 제도를 마음대로 축소해 버렸다. 정통부령으로 KT와 SK텔레콤에 대해서만 공익성 심사제도를 적용하기로 한 것.

기간통신사업은 사업권 허가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전화번호와 주파수등 공공의 자원을 배분해주고 독자적인 통신망 구축 권한을 줘 다른기업들이 함부로 시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진입장벽을 만들어 주는 특혜성 사업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공익성을 실현할 의무가 있다. 유사시에는 상용으로 쓰던 통신망을 국가재난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도 지닌다.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영권 변동을 심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생긴다. 이들이 중요 설비를 함부로 외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주주가 들어와 공익적 책임을 거부할 경우 국가적 혼란과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T와 SK텔레콤은 공익적 의무가 중요하고 하나로텔레콤이나 데이콤, LG텔레콤 같은 다른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이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정통부만 슬그머니 이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로텔레콤이 AIG와 뉴브리지 컨소시엄으로 넘어간지 3년이 됐다. 이 외국인 대주주는 어떻게든 회사를 예쁘게 꾸며 팔고 나가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는 명백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하나로텔레콤의 외국인 대주주가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익에 저해되는 사항은 없는지, 이 회사의 고객인 국민은 피해를 입는 것이 없는지, 국가 신경망에 혹여 손상이 가는 것은 없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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