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승이라는 재료 하나에 주가가 급등했다. 수급을 뒷받침한 것은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5분기 동안 최저 수준을 나타냈고, 외국계 증권사에서 성장의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이날 주가 상승을 꺾어놓지 못했다.
20포인트 상승쯤이야 식은죽 먹기라는 듯 지수는 위로 튀었고, 장중 1290선에 근접한 동시에 20일 이동평균선(1271)을 되찾았다.
◇ 상승의 조건이란= 2개월 가량 주식시장이 힘겨운 조정을 거치는 사이 시장 전문가들이 제시했던 상승 추세 복귀의 조건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의 진정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연착륙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날 주식시장의 시세 분출이 1300을 저항선으로 한 박스권 등락에 지나지 않는다고 굳이 의미를 축소하더라도 시장에서는 급등을 불러온 이유가 다소 터무니 없었다는 반응이다.
미국 증시의 강한 반등이 글로벌 증시에서 여세를 몰아 코스피시장까지 장악한 것인데 전날 미국 주가가 오른 것은 머크를 포함한 기업의 실적 호전과 인수합병(M&A) 소식이었다.
인플레이션이나 글로벌 경기라는 세계 증시가 함께 풀어야 할 연결고리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재차 상회, 오히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상황이 나빠진 셈이었다.
상품 랠리를 처음 예견했던 짐 로저스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국제 유가가 연내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고유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유가 급등은 주택시장 냉각과 함께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 개인은 잔칫날= 밀려드는 프로그램 매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수가 장중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개인이 3000억원에 이르는 매물을 쏟아냈지만 주가 향방을 크게 훼손시키지는 못했다.
대형주가 특히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60만원에 바짝 근접했고, 국민은행도 8만원 돌파를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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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 볼 때 개인은 박스권 등락의 묘미를 최대한 살린 셈이다. 지난 11일 지수가 1300에서 꺾여 내려오기 시작한 후 개인은 전날까지 5500억원 가량 순매수했으나 20포인트 반등을 기회로 2970억원에 달하는 보유 물량을 털어냈다.
개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고, 운수장비(444억원)와 건설(224억원) 금융(677억원) 통신(136억원) 등을 특히 공격적으로 매도했다.
이날 지수가 고점 대비 8포인트 가량 밀린 이유가 개인의 매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이 쌓아 놓은 매물이 지수 상승 흐름에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1분기 1300선에서 수 차례 지지를 받는 과정에 기관이 쌓은 매수 포지션이 강한 저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1300 안착의 조건은= 전날 기준 2조3000억원 규모로 쌓인 매도차익거래잔고가 본격적으로 풀리면 1300쯤은 문제 없이 넘을 수 있을까.
프로그램 매수만으로 현물시장에서의 매물을 소화해내며 지수를 1300 앞으로 끌어올린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지만 수급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펀더멘털 없이 '꼬리'가 기계적으로 올려 놓은 주가는 차익실현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
미국 증시가 당장 하락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불안한 상승과 20일 이동평균선 돌파에 깊은 의미를 주기 힘든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날만 해도 실질 GDP 후퇴에 따른 성장 고점 논란과 배럴당 75달러를 다시 넘은 국제 유가까지 수급을 제외하면 상승 발목을 잡을 재료가 적지 않았다. 이대로는 주가 상승의 연속성을 장담하기 힘들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1300에서 안정감 있게 지지받으며 연속성 있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려면 결국 펀더멘털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외부 변수에 따라 주도주나 방향성 없이 등락하는 시장 흐름에서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와 기업 이익 모멘텀에 대한 확신이 주도주 형성으로 이어질 때 상승 추세에 대한 신뢰도 생길 수 있다"며 "이날 실질 GDP 성장이 둔화됐고, 주 후반 발표되는 경기선행지수도 큰 기대를 하기 힘들지만 고용을 포함한 선행지수 일부 항목들이 개선되고 있어 지수가 조만간 위로 방향을 돌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