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대학입시 유감

[시평]대학입시 유감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06.11.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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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6일 금년도 대학입시 수능시험이 치루어졌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조정되고 항공기의 이착륙이 제한되는 등 온 나라가 긴장 속에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를 마쳤다. 좋은 대학을 가려는 경쟁은 어디에나 존재한다지만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경쟁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치열하다 할 것이다.

필자도 입시생으로 돌아가 시험문제에 절절매는 악몽에 종종 시달리곤 한다. 대학입시는 지난 50여년 간 수많은 제도의 변경을 거쳐왔다. 그러나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입시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 과다한 교육비 지출 등 경제, 사회 각 방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영원한 난제이다.

 

우리나라 대학입시가 소모적인 것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는 목적이 대학 교육을 통해 평생 유용하게 활용될 지식과 소양을 얻으려는데 있기 보다는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학벌의 취득에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이 부여되는데 있다 하겠다.

IMF 경제위기 이후 젊은 층의 장래 희망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안정성이라 할 것이다. 요즘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에 관해 물어보면 대답은 매우 단순하다. 고시를 준비하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공기업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는 대기업, 특히 금융기관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어느 대학 출신인지가 중시되는 학벌 사회 구조에서 명문 대학, 좋은 학과의 입학은 이러한 직종의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뿐 아니라 학연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가입을 의미한다. 결국 일류 대학의 입학은 사회적, 경제적 성공의 필요조건이 될 수 밖에 없으니 대학입시의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장래를 걸머진 젊은이들이 학벌이라는 간판을 얻기 위해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걸고 졸업 후에도 안정성이 높은 일부 직종에만 편향된 것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건전치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고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인 젊은이들이 지극히 일부 분야에만 집중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 하겠다.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회적, 경제적 성취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한 대학입시의 구조적 문제는 영원히 풀릴 수 없을 것이다.

 

대학입시가 지닌 이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몇 가지 정책만으로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거품으로 끝나고 만 90년대 말의 벤처 붐이다. 벤처기업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대학 출신이라는 간판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과 같이 성공한 많은 벤처기업가들은 대학 교육을 포기하고 자신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안겨줄 벤처기업의 창업에 모든 것을 걸었고 당당히 성공했다.

 

벤처기업의 성공은 창업자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에게도 큰 경제적 보상을 안겨주는 매력적인 고수익 고위험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벤처기업들의 성장이 단순한 거품으로 그치지 않고 정착되었다면, 현재의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바꾸고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벤처기업의 육성이 대학입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해결의 단초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입시 문제의 해결은 단순한 제도의 변경만으로는 불가능하다. 50여년 간 수없이 변경된 입시제도는 혼란만을 가중시켰을 뿐 문제의 심각도는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근원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대학입시 문제는 계속될 것만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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