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시중의 화두는 부동산이다. 그 많은 정책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겼음에도 부동산가격은 당초 참여정부가 공언한 바와는 달리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참여정부 집권의 견인차 중 하나가 부동산가격 안정에 대한 서민들의 믿음이었기에 모두의 바램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시장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몇 곱절 이상이다.
부동산은 삶의 터전인 동시에, 개인 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 이상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부동산문제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해법은 백인백색의 성격을 갖곤 한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으니 더욱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는 노릇이다.
피셔(Jeffrey D. Fisher) 교수는 부동산시장을 각각 분명한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는 공간시장(space market)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는 자본시장(capital market)이다. 주택에서 월세나 전세 등의 임대시장이 전자이고 매매시장이 후자에 해당한다.
또한 그는 단기시장과 장기시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단기적으로 초과수요와 같은 요인은 가격 상승을 초래하지만 이는 수익을 목표로 하는 공급(construction)을 확대시킬 것이고 결국 재고(stock)의 증가를 유도하여 장기적으로는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논리를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은 100%를 한참 전에 넘어섰다. 서울의 주택보급율도 숫자상으로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준은 전혀 아니다. 단독, 다가구, 다세대 및 연립주택 등의 공간을 합치면 공급측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따라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투기적 가수요”라고 보는 관점은 공간시장적 시각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적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은 일종의 사고파는 상품이다. 사람들의 선호 변화와 소득 상승에 따라 입맛에 맞는 주택들은 상품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2006년을 사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은 주택 유형은 아파트이다. 그것도 김포나 파주가 아니라 강남지역의 아파트이기에, 여기에 투자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투자자들이 움직이는 시장은 사용자들에 비해 거리에의 저항감이 훨씬 덜하다. 특정 선호지역의 수요는 전국적 범위를 갖게 된다.
코젤(John Corgel) 교수는 부동산시장 진화의 첫 단계를 공간시장, 두 번째 단계를 자본시장, 그리고 세 번째 단계를 유동화로 정의한다. 주거에 대한 사용가치 중심의 공간시장적 접근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반서민들도 주택을 매입할 때는 사용가치와 동시에 투자가치를 함께 고려한다.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시키고 심지어는 분노까지 느끼게 하는 가격의 급등은 대부분 자본시장에서의 수요공급적 접근 오류에서 유발되곤 한다. 두 번째 단계인 자본시장에 대해 투기라는 시각에서 규제위주로만 접근한다면 오히려 일반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국면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시장에서의 경험은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여당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제도가 환매조건부 또는 토지임대조건부 분양이다. 이는 복지적 차원에서는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는 이상적인 제도이다. 그러나 정부재정이라는 현실에 부딪치면 혜택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걱정스러운 점은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는 정책의 수준이 작금의 부동산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초보적 공간시장단계의 해법이라는 사실이다.
문제를 촉발시킨 근원은 부동산의 자본시장이다. 그러므로 투자수요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수요를 풀어 주어야 한다. 부동산시장 진화에 맞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