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지역을 여행하고 있는데 어느 행상이 다가와서 보기에 그럴 듯한 팔찌를 하나 내놓으며 100달러에 사라고 한다. 싫다고 하니 금방 반으로 뚝 잘라 50달러에 사라고 한다. 그래도 싫다고 하니 다시 반으로 뚝 잘라 25달러에 사라고 한다. 반의 반 값으로 사라고 하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는가 하고 기꺼이 살 것인가 아니면 짝퉁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사지 않을 것인가.
'빚 좋은 개살구'란 말이 있듯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조건이 좋으면 숨은 무엇인가가 있게 마련이다. 최근 인구에 회자되는 '반값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멀쩡한 아파트를 반값에 살 수 있게 해준다니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없다. 생업을 팽겨치고 반값 아파트를 한 채 분양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도 훨씬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반 값 아파트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토지임대부 분양의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분양 아파트의 원가는 토지비와 건축비로 이루어져 있는데 토지비가 대충 반 정도 된다. 그러니 토지비를 포함시키지 않으면 반값에 분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그런 것 같지만 이를 두고 반값에 공급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토지비를 당장에 내지는 않지만 임대를 한다고 하니 임대료를 내야 한다. 그러니 실제로 집에 대해 지불하는 금액은 미래에 지불할 토지 임대료를 모두 합한 금액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번 달, 다음 달, 일 년 후, 이 년후 이런 식으로 매달 지불해야 하는 토지 임대료를 모두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합하면 얼마나 될까. 만일 토지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가장 단순한 형태의 ‘재정(裁定) 방정식’이 성립한다. 미래에 토지에 대해 지불할 임대료를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모두 합하면 그 값은 현재의 토지가치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토지임대부 분양은 '반값'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제값'인 셈이다.
정부가 국공유지를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실현가능성도 별로 없지만 국공유지에 집을 지어 토지 임대료를 싸게 해주는 경우는 어떨까.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일반 주택에 거주하는 것보다 싸게 거주할 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그 차이는 결국 누군가가 메꾸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필경 국민의 혈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택을 한 채 지어 공급할 때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공급 메커니즘과 관계없이 동일하다. 공급 메커니즘을 바꾸면 각 경제주체가 치뤄야 할 비용이 달라질지 몰라도 그 합인 사회가 치뤄야 할 비용에는 변화가 없다. 주택의 시장기본가치를 바꿀 궁리를 해야지 잔 머리를 굴려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택 실수요자에게 원가로 주택을 공급한 뒤 이를 매각할 경우에는 공공기관에 이자를 얹은 정도의 금액으로 팔게 한다는 환매조건부 분양도 개념상 별 차이가 없다. 원가로 공급한다면 반값이 가능할지 모르니 반값 아파트라는 것이며 싸게 공급받는 대신 자본이득을 기대하지 못하게 한다는 논리이다. 자본이득을 기대하지 못한다면 무늬만 내 집이지 실제로는 내 집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에 사는 것과 전세 사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아이들 가정환경조사서에 전세가 아니고 자가라고 표시해서 자존심을 세우는 것과 자꾸 전세금을 올려 달라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최초 주택에 대해서는 시장판매를 허용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럴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환매조건부 주택의 분양가가 전세금보다 높다면 수요자들은 별 이득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보증부 월세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조건은 또 무엇인가. 매매가격 대비 전월세금 비율이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하에서 환매조건부 주택이 항상 작동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반 값’이라는 매력적인 정치적 구호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서민주거생활 안정을 위한 해법은 의외로 평범하다. 주택시장의 시장기능을 활성화 하고 공공부문은 임대주택 공급 및 유지보수의 활성화에 힘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