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소유와 경영의 '재결합'

[MT시평]소유와 경영의 '재결합'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
2007.01.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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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미국에서 칼 아이칸의 타임워너에 대한 공격이 실패로 끝나고 사건의 주역들이 하버드 법대에서 특별 컨퍼런스차 모였다. 진영을 달리해서 일전을 벌인 기억은 뒤로하고, 칼 아이칸 측은 "유능한 경영자에게도 나쁜 일이 생긴다"라고, 타임워너측은 "주주행동주의의 시대에 주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덕담을 주고 받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업지배구조펀드의 활동이 현저하다. 이 사회현상이 우리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의 발달에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는 아직 평가하기에 이르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펀드의 활동을 주주권 보호 운동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결론이 도출된다.

 

대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서 전문경영인들이 지배하는 경제가 바로 미국인데 미국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주들의 권한을 조금 더 크게 하는 것이 좋다는 논의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운동의 일환이다.

주주들은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경영판단은 경영자와 이사회의 몫이라는 것이 전통적인 법률의 태도였다. 그러나, 엔론, 월드컴 사건을 거치면서 '모르는 주주가 부정직한 경영자 보다 낫다'는 시각이 학술적인 설득력을 얻음에 따라 주주들이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치인 주주제안과 위임장 권유규칙의 정비가 논의된다.

 

이를 기업지배구조펀드나 헤지펀드와 결부시켜 생각해 보자.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적은 지분으로 주주들을 규합하고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구사해서 원하는 바를 성취한다. 이론은 있지만, 이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주주 전체의 이익이다.

그런데, 이들의 회사에 대한 요구는 핵심적인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것이 많다. SK와 소버린의 분쟁이 그 예고편이었고, 작년에 칼 아이칸과 KT&G의 분쟁이 이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자본구조, 배당정책, 투자, 자산 처분 등에 관한 결정은 경영진과 이사회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져 왔던 것들이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다루어지는 사안들이 아니기 때문에 펀드들은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무기로 일단 `장외'에서 이들 요구를 관철한다. 2002년 이후 헤지펀드의 타깃이 되었던 130개 기업을 분석한 미국에서의 한 연구는 헤지펀드들의 요구가 핵심적인 경영판단을 성공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한다.

 

이는 소유와 경영의 재결합 현상이다. 지배구조펀드와 헤지펀드가 스스로 주장하듯이 이들의 활동은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주주가치의 증대를 목표로 하므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금과옥조였던 시대를 종식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주식회사 이사의 책임에 관한 법리도 변화를 겪을 것이며 지배주주 아닌 주요주주의 법률적 책임 논의도 발생할 것이다.

 

마침 서구에서는 가족 기업들에 대한 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그 '공과'가 재조명 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소유의 집중이 우세한 현상임에 주목해서 어떻게 하면 지배주주가 경영하는 회사의 효율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 석학들이 조금씩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싫건 좋건 우리 경제는 가족기업에서 출발한 소유집중형 기업들과 기업집단이 지배한다. 최근 많은 화제를 뿌리며 이른바 `창업 3세대' 승계가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여론의 칭송을 받는 기업, 물의를 빚는 기업들이 나온다. 소유의 집중이 나쁜 것이고 가족의 지배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정부의 정책과 법률과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사회구성원들의 기업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국제경쟁력과 모두의 복지수준으로 연결된다.

하버드의 경제사학자 데이빗 랜즈(David Landes)가 작년에 포드, 피아트, 도요타 등을 포함한 서구의 유수한 가족기업들의 역사를 조명한 책을 냈는데 `왕조'(Dynasties)라는 이상한 제목이 붙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부여하지 않은 권력을 가진 개인과 집단이 경계의 대상인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제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편견은 제거한 상태에서 실적과 윤리와 법률로만 옥석을 가리고 기업과 경영자들을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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