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고부가가치 창출 첨단 서비스산업으로 거듭나야"
국내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의 규모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거의 3배로 커졌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규모는 불과 5년새 4배로 확대됐다.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홍콩의 60% 수준이고 외환거래액은 싱가포르의 5분의 1 정도다. GDP대비 자본유출입 규모를 뜻하는 금융개방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중 최하위권이다.
금융회사 국제 경쟁력은 민망할 정도다. 4대 국내은행 자산규모는 미국,일본,영국의 10분의 1을 간신히 넘고 수익의 97%를 국내에서 얻는다. 증권사 규모는 미국의 1.3%에 불과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단순한 중개(위탁매매수수료)업무에 의존한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이끌어야 할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핵심 중추, 금융업의 단면이다. 한국은행은 18일 이같은 내용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금융허브회의에서 발표했다.
◆ 금융업, 고성장 부가가치..1인당 소득 4만달러 이끌 차세대 성장엔진
국내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성장산업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산업의 비중은 2005년 기준 7.5%. 2000년 6.9%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GDP성장 기여율은 2000~2006년중 평균 8.2%로 전기전자, 통신운수창고 다음으로 높다.
금융시장(주식시장 제외) 규모는 95년 672조원 수준, 올해 3월말에는 2008조에 달한다. 그중 절반이 대출시장이다. 주식시장은 95년의 6.8배인 958조원, 자산운용사 수탁고는 3.9배인 259조원 시장으로 커졌다.
금융산업은 또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금융업 종사자의 임금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한달에 184만원을 받아 전기ㆍ가스 및 수도업의 224만원 다음이다. 또 부가가치율은 지난해 기준 71.1%에 달해 제조업의 22.1%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고 서비스업 평균 57.2%도 크게 웃돈다.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발전이 필수적이다. 금융서비스 생산에 필요한 중간투입 상위 업종은 금융ㆍ보험, 사업서비스, 부동산ㆍ임대, 통신ㆍ방송, 운수ㆍ보관, 인쇄ㆍ출판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이 대종을 이룬다.
신현열 한은 조사국 금융산업팀 과장은 "우리 경제가 제조업 위주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고 특히 금융산업은 고부가가치와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지식기반 서비스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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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안 개구리..덩치 키우고 밖으로 나가야
그러나 국내 금융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의 준비가 덜 돼 있다. 국내은행의 해외 수익 비중은 3%에 불과하고 97%를 국내에서 올린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과 올해 중소기업대출시장에서 보듯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이와 달리 선진 주요은행은 70% 이상의 수익을 다른 나라에서 올린다. 스위스의 UBS는 90%, 독일의 도이치 뱅크는 79%에 달한다.
4대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1497억달러로 미국의 13% 수준이다. 일본이나 영국 등도 1조달러가 넘어간다. 총수익에서 수수료나 유가증권 매매이익 등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의 경우 20%대, 미국이나 영국은 40%대에 달하지만 국내 은행은 10%를 간신히 넘는다.
투자은행 시대를 앞둔 증권사는 더욱 심각하다. 국내 5대 증권사 총자산은 미국 5대 투자은행의 1.3%, 자기자본은 6.7%에 불과하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자기매매와 IB분야 수익이 총수익의 70~80%를 차지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60% 내외를 위탁 매매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 핵심기능ㆍ수익구조ㆍ전문인력ㆍ해외네트워크 취약
한국은행은 "1인당 소득 3~4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하고 "금융산업이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핵심기능, 수익구조, 전문인력, 해외네트워크 등에서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산업 인력구성은 보조인력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전문가는 10% 미만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전문가 활용 용이도는 61위로 조사대상국중 꼴치다.
국내은행의 직원은 92%가 일반업무 위주이고, 국제금융은 0.9%, 투자은행 분야는 0.7%로 극소수다. 증권사나 보험사 역시 투자은행업무, 신상품개발이나 판매 관련 전문인력 채용이 태부족 상태다.
또 국내 영업에만 치중하는 우물안 개구리 신세로 장기적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은행 해외점포망은 외환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이고 증권사와 보험사 해외 점포는 각각 38개와 56개 수준으로 지난 2002년과 비교해도 줄었다.
리스크관리 능력도 미흡. 은행은 신용정보가 축적돼 있지 않아 담보를 잡아야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 과장은 "국내 은행의 동태적 리스크관리 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하다"며 "증권사도 위탁매매의존도를 줄이고 투자은행업, 자기매매 등 고위험고수익 분야로 영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리스크의 평가 및 관리능력 향상이 긴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