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예고하는 '징후들'…"예상치 못한 균열을 조심해야"
"사는 게임에서 파는 게임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
#관전 포인트1: 연기금이 최근 보수성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24일 "연기금들은 증시 활황으로 올해 목표수익률을 이미 초과달성했을 것"이라며 "연기금이 최근 증권사를 통해 원금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문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기금은 운용 규모와 투자 기간을 고려할 때 시장의 든든한 자금줄이다. 국민연금의 6월말 현재 국내 주식 운용규모는 28조7000억원, 채권 운용규모는 155조원에 이른다. 연기금은 단기투자보다는 중장기 투자를 선호한다.
연기금이 '보수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미 목표 수익을 거뒀으니 투자자산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려 한다.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다'는 증시 격언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2: 올해 상반기 시장상승을 주도했던 종목들에 대한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고 있다. 뚜렷한 '대타'가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종목별 평준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달동안 투신권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을 집중적으로 내다팔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최근 한달간 투신권의 순매도 1위에 올랐다. 순매도 금액은 1559억원에 이른다. 순매도 종목 2위인 삼성중공업에 대한 한달간 순매도 금액은 1371억원이다.
외국인은 한달동안 포스코를 집중적으로 내다팔았다. 순매도 규모는 6054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이 순매도 3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조선과 철강에 대한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이달 대형 정보기술(IT)주에 이어 증권 은행 등 금융주가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으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기존 주도주를 대체할 만큼 강한 체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가 거침없이 상승하며 24일 장중 2000을 넘어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예전처럼 '아찔한 현기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2300, 2400 달성을 내다보는 '낙관론'이 강하다.
국내 증시가 '우상향'의 추세를 유지할 것이란 점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정부에서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듯 "속도가 문제다."
◇"확신이 필요하다"=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상황에서 조정이 언제, 어느 규모로 진행될 것이냐는 물음은 의미가 없다"고 운을 뗀 뒤 "다만 밸류에이션 자체는 예전처럼 저평가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이어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확신'이 서야 한다"며 특히 "주당순이익(EPS) 증가가 가시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국내 경기 역시 뚜렷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데 주목했다. 하지만 하반기 회복의 폭과 강도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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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센터장은 "상승기조에 대한 예측을 뒤집을 만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지 않다"며 "속도와 시기의 문제일 뿐 우상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균열을 경계하자"=조정이 왔다고 전제하자. 그럼 투자전략가들은 금리인상, 중국 리스크 등을 이유로 지목할 것이다. 시장 흐름은 경기(펀더멘털)에 선행하듯 늘 투자전략가들의 분석을 앞지른다.
이런 가운데 조심스런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국 등 해외발 악재, 글로벌 금리인상 등이 아니라 시장 자체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균열'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주요 종목들이 오를 만큼 오른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더 좋아져야 하는데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이어 "펀드 등으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기관들은 자고 일어나면 살 종목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단기 악재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유입되는 돈(유동성)이 이를 상쇄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김 파트장은 또 "지금과 같은 유동성 장세는 펀더멘털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며 "조정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시장이 '균형점'을 잃을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말인데, 어느 한순간 시장 심리가 '사자'에서 '팔자'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충고다. "지금은 예측의 장세가 아니라 대응의 장세"라는 말도 실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혹은 짧게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조정의 현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