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남성 1명 추가 살해"(종합)

탈레반 "남성 1명 추가 살해"(종합)

김경환 기자
2007.07.31 07:03

심성민씨 추정, 알자지라 인질 동영상 공개

한국인 22명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무장단체가 한국 남성 인질 한명을 또 다시 살해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배형규 목사가 살해된 지 닷새만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31일(현지시간 30일) 로이터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협상 시한을 여러차례 연장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오늘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31일 1시)에 한국인 남성 성신(Sung Sin)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말했다.

◇ 2번째 남성 인질 살해, 추가 인질 살해 위협

그는 "살해한 인질의 시신을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가 시신을 버린 곳으로 지목한 곳은 가즈니주 주도에서 5㎞ 정도 떨어진 아르조 지역의 도로다. 탈레반이 '성신'이라고 지칭한 사람은 심성민(29)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는 현지 경찰을 인용, 가즈니주에서 미확인 시신 2구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가즈니주 경찰서장인 알리 샤는 "가즈니주 모처에서 미확인 사체 2구가 발견돼 경찰관을 보내 신원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또 AIP는 자체 소식통을 인용, 이번에 살해된 한국인 인질은 5발의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협상이 완전히 무산된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인질 추가 살해에 나선 것은 탈레반 측의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교환'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를 겨냥한 위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탈레반이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 원칙'을 거듭 주장함에 따라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추가 인질 살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는 익명의 탈레반측 사령관이 "정부와의 협상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으며 인질 처형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남성 인질 1명을 추가로 살해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사실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 탈레반 "여성도 살해하겠다"

아마디는 2번째 남자 인질을 살해했다고 밝힌 뒤 "남성 인질부터 차례로 살해할 것"이라며 "협상이 잘 되지 않으면 남성 인질을 살해하고 그 다음 여성 인질 차례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며, 오늘 인질 살해는 이런 순차 살해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성은 해치지 않는다'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여성 인질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디는 AP와의 통화에서 "이슬람 율법은 '눈에는 눈'을 가르친다"면서 "서방 군배가 아프간 여성을 구금하고 있는 한 탈레반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우리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또는 어린이든 억류하고 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알자지라, 한국인 인질 모습 방영

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 방송은 30일 밤 10시(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남녀 인질 12명의 모습을 방영했다.

알자지라가 독점 입수해 공개한 동영상에 나오는 인질은 여성 9명, 남성 3명으로 여성은 모두 이슬람 여성이 쓰는 히잡을 썼다. 피랍자들의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 자지라는 입수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여성 5명은 앉아있었고 여성 3명과 남성 3명 등 모두 6명은 선채로 촬영됐다.

촬영 분량은 1분 남짓으로 인질들은 매우 어두운 곳에서 매우 지치고 긴장된 표정이었으며 카메라를 응시하지 못한채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메라는 오른쪽 아래 앉은 여성부터 시작해 천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면서 5명의 모습을 비췄고 다시 오른쪽으로 화면이 옮겨져, 서 있는 나머지 6명의 모습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촬영했다.

탈레반이 인질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인질의 생존을 증명하기보다 한국은 물론 아프간, 나아가 미국 정부까지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상 시한 이틀 연장은 오보?

한국인 인질 한 명이 추가로 살해됨에 따라 탈레반이 협상시한이 다음달 1일로 이틀 연장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전날 밤 아프간 가즈니주 주지사인 마라주딘 파탄의 말을 인용, "탈레반측이 협상 시한을 수요일(8월1일)까지 이틀 연장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탈레반이 최종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8시 30분(한국시간)에서 3시간 가량 흐른 직후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탈레반이 백종천 대통령 특사의 아프간 활동시한 연장에 맞춰 한국 정부에 시간을 더 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는 탈레반의 공식 입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 미 국무부 "신중한 대응 필요, 석방 거듭 촉구"

미국 국무부는 아프가니스탄 한인 인질 사태에 대한 신중한 대응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인질들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한인 인질 1명의 추가 살해 소식이 전해지기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인질들의 가족이나 한국 정부 모두에게 지금은 분명히 힘겨운 시간"이라며 한국 정부의 인질 구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 논의에 있어서 아주 신중하고자 한다"면서 아프간 한인 인질들이 즉각 석방돼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지난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피랍 한인들이 "누구도 납치되거나 인질로 잡힐만한 일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탈레반은 그곳 주민들을 도우려는 외국인과 자국인에 대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대통령, 백종천 특사 2~3일 추가 활동 지시

노무현 대통령은 전날 오후 아프가니스탄에 급파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2∼3일 더 현지에 체류하며 아프간 정부와 인질 석방 문제를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직접 주재, 피랍 사건과 관련된 상황을 보고받은 뒤 이 같이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노 대통령이 피랍사태와 관련해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 특사는 전날 카르자이 대통령을 만나 50여분간 피랍 사태 조기해결방안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특사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재차 면담을 시도하는 등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수용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하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인질이 추가 살해된 상황에서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석방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다가는 탈레반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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