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주가 떠도 시큰둥한 이유

[내일의전략]주가 떠도 시큰둥한 이유

홍재문 기자
2008.09.24 17:22

낙폭 메우는 반등 한계… 펀더멘털 개선없이 추세전환 어려워

심리선으로 알려진 단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하고 5일·10일·20일 이평선이 정배열 상태로 돌아섰다.

미증시가 연일 하락했지만 코스피지수는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중 1500선을 돌파, 지난달 28일 1400대로 내려선 뒤 4주만에 처음 1500이라는 숫자를 손에 쥐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둔 마지막 거래일에서국민은행이 5.5% 급락한 영향으로 은행업종이 2.1% 하락했고,한국전력(40,250원 ▼50 -0.12%)이 1.1% 떨어지면서 전기가스 업종이 0.5% 밀렸다.포스코(349,000원 ▲1,500 +0.43%),고려아연(1,481,000원 ▼3,000 -0.2%)이 하락하면서 철강금속 업종도 0.9% 떨어졌지만 여타 업종은 대부분 상승했다.

기계(+3.6%), 증권(+3.1%), 화학(+2.2%) 업종의 상승폭이 컸으며 보험, 운수장비, 건설, 전기전자 업종도 1%선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C&그룹주가 일찌감치 상한가로 치솟았고금호산업(4,775원 ▲105 +2.25%)을 필두로 금호그룹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워런버핏이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 호재에 힘입어 S&P500과 나스닥 지수선물이 1%대 상승세를 나타내자 장초반 4% 가까이 급락하던 중국 상하이지수도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장중 1500억원이 넘던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550억원으로 둔화됐지만 프로그램이 8일째 순매수를 이어가며 수급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됐다.

뉴욕증시가 상승할 경우 코스피지수가 무난히 60일 이평선(1522.45)까지 돌파하면서 중기 골든크로스도 시간문제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도 지적됐다.

연이은 지수상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사흘째 선물 순매도 공세를 취하며 12월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7687계약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지난 7월11일 연중 최대규모 순매도(1만6304계약) 이후 2개월여만의 최대규모 순매도(7809계약)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미결제약정이 1538계약 증가에 불과해 전매도라는 해석이 우세했고, ELS(주가연계증권)와 결부된 헤지성 선물매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증시가 상승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외국인의 현·선물 동시 순매수가 기록되지 못한 것은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이 29.77%로 떨어지며 2001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 비추어 앞으로도 외국인의 주식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2005년 이래 순매도로 관점을 바꾼 외국인이 가세하지 않고서는 수급선이라는 중기 골든크로스 완성에 시간이 걸릴 우려도 생긴다.

25일 장에서의 지수 상승세가 보장이 된 것이라면 콜옵션 미결제약정이 감소하고 풋옵션 미결제약정이 증가하는 게 순리임에도 이날 192.50∼197.50까지 3개의 행사가격 콜옵션에서 미결제가 증가한 것이나 190풋옵션 미결제약정이 108계약 증가하는데 그친 것은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이러한 거래지표상의 불협화음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증권 전문가들의 견해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18일 연저점(1366.88)에서 이날 고점(1501.09)까지 5거래일만에 9.8%나 급등한 모습을 보면서도 추세반전을 언급하지 않고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애널리스트가 상당하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18일 "세계적인 금융불안이 해소될 경우 코스피지수가 1320∼1540의 바닥권을 탈출한 뒤 1600을 거치지 않고 1715∼1840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강한 낙관론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애널리스트는 지수 상승이라는 가격지표보다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가져올 펀더멘털 훼손에 더욱 신경 쓰는 눈치다.

A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연저점이 또 다시 붕괴되는 일은 없겠지만 상승이라기보다는 박스권 형성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가가 낙폭과다 국면으로 돌입한 상태에서 2조달러에 달하는 금융지원과 공매도 전면 금지 등 극약처방이 내려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주가 반등은 필연적이지만 과매도 상황을 벗어나는 정도지 상승국면으로까지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견해가 주를 이룬다.

이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지적하는 것은 친디아 등 이머징국가의 소비증가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머징 국가의 소비 증가세를 크게 둔화시키거나 감소세로 돌리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면 금융위기가 아닌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증시 하락추세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길게는 20여년, 짧게는 5년간 세계화, 증권화, 레버리지로 점철됐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규제화 및 디레버리지(de-Leverage)로 전환되면서 거대한 유동성 버블이 끝났고, 투자은행을 대신할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이나 패러다임의 등장을 기약할 수도 없다는 것이 최근 주가 상승이 추세가 아닌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는 주장의 골자다.

B증권사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등에 대한 상호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유동성 경로가 막혔기 때문에 미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기 어려우며 △배드뱅크가 설립된다고 해도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때와는 달리 부실채권의 종류와 내용이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해 인수 과정에서 위기국면이 재발될 우려가 있고 △미국 부동산 시장과 금융 문제를 떠나 브릭스 등 여타 시장의 문제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민간 부실을 정부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대한 신용위기마저 등장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반등이 아닌 중장기적인 증시 낙관론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심리를 만들고 수급상황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가가 레벨을 높여가면 이같은 만연된 불안심리가 제어되면서 부정적인 시각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펀더멘털 개선없이는 지난해 가을까지 보였던 엄청난 강세장의 꿈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 냉정한 시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으로 받아들일만한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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