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화장품 몰아낸 토종 브랜드의 힘

샤넬화장품 몰아낸 토종 브랜드의 힘

김희정 기자
2009.02.10 08:23

[토종화장품의 재발견]백화점 매출 1,2위 독점

지난 29일 저녁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1층. 샤넬 화장품이 짐을 싸고 매장에서 철수했다. 샤넬이 꿰차고 있었던 롯데백화점 본점 내 명당자리는 토종화장품인 '설화수'와 '헤라'에게 돌아갔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샤넬화장품이 사라지면서 놀란 것은 국내 화장품업계 뿐만이 아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소비자들도 '국산 화장품을 다시 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종화장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 백화점에 입점한 국산 브랜드가 해외 명품 브랜드를 추월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을 보면 놀라운 일이다. 홈그라운드에서 갖는 이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철저히 실력과 매출기준으로 샤넬의 명성을 눌렀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25개 화장품 브랜드 중 매출 1위는 국내 제품인 '설화수'다. 설화수는 에스티로더나 랑콤, 디올, 키엘 등 쟁쟁한 브랜드를 따돌리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수입화장품 일색인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한국 미(美)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주목할 점은 설화수 단일 브랜드로 백화점 매출 1위를 차지한 게 이미 4년 전인 2005년부터라는 점이다. 설화수와 헤라의 매장을 분리하지 않고 공동 매장을 기준으로 하면 1999년부터 백화점 매출 1위였다.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 뿐 만아니라 전체 백화점 매출 1위 기업도 아모레퍼시픽(설화수+헤라)이다. 2위도 LG생활건강(오휘+후+숨)이 차지하고 있어 고급 화장품의 집결지로 불리는 백화점에서는 국산 화장품이 수입 화장품을 누르고 홈그라운드를 선방하고 있다.

의류, 잡화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는 '메이드인 코리아'지만 화장품에서만큼은 확실히 명품 못지않은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지 최고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놨다. 그동안 외산 명품 대열에서 고전했었던 토종화장품이 해외 명품을 능가하는 품질과 브랜드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92년 국내 화장품 소매업 시장이 개방되면서 국산 화장품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었다. 고급화 전략과 고마진 전략을 앞세운 해외 명품 브랜드를 당할 재간이 없었다. 백화점이 고마진을 위해 경쟁적으로 수입 브랜드를 유치하면서 매장 핵심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태평양(現 아모레퍼시픽)도 크리스찬 디올이 들어오니 이튿날까지 매장을 빼라는 통보를 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헤라, 설화수, 오휘, 후 등 국내 브랜드가 해외명품 뺨치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면서 이젠 역으로 국산 화장품이 외산 명품을 밀어내는 시대가 됐다.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다국적 명품화장품을 ODM(제조자 주도 생산)하는 코스맥스 이경수 대표는 "국산 화장품은 프랑스나 일본, 미국 등의 명품화장품과 비교해도 품질에서 절대로 뒤쳐지지 않는다"며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은 데다 최근엔 환율까지 떨어져 해외명품업체들도 국내에 ODM을 맡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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