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진 ATM, 얼굴에 밴드 붙여도 '퇴짜'

경찰 추진 ATM, 얼굴에 밴드 붙여도 '퇴짜'

임동욱 기자
2009.02.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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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인식프로그램' 시연서, 조기 도입 물건너가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안이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최근 시연회에서 이 프로그램의 허점이 노출되 가뜩이나 부정적이었던 은행권이 '불가' 쪽으로 더 기운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오후 명동 은행회관 세미나실에서 'ATM장착 얼굴인식 프로그램 시연회'를 열고, 적용가능성 등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과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찰청 관계자가 참석했다.

시연회를 주관한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프로그램 시연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참석한 은행들도 이 결과를 보고 도입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얼굴인식 프로그램'은 이용자의 눈, 코, 입, 얼굴 윤곽선, 얼굴의 생동감 중 하나라도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을 경우 ATM이 현금지급 등 일체의 작동을 거부하도록 짜여졌다.

시연회에서는 눈, 코, 입을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뺨에 붕대를 붙인 경우도 현금인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은 또 눈을 살짝 가린 정도의 '장발' 고객도 거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얼굴에 상처가 난 고객에게 돈을 찾을 때마다 붕대를 떼라고 할 수 있겠냐"며 "만약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경우 고객의 항의가 엄청날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프로그램 개발업체 측은 "조명과 이용자의 얼굴 각도에 따라 인식 성공률이 달라진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조명의 경우 (시연회) 회의실보다 ATM 설치 장소가 더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예상되는 부작용이 많아 도입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A은행 관계자는 "하루 200만건의 현금 인출거래가 발생하는데 조명과 각도에 따라 오작동이 많을 경우 고객 항의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B은행 측도 "고객의 불편이 우려돼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이 프로그램을 장착할 수 없는 규격의 ATM 및 CD기기가 상당수라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얼굴인식 프로그램'은 지난 2005년~2006년 이후 새로 배치된 자동화기기에만 도입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ATM의 30% 이상은 구형모델이다. 최신형 ATM의 설치비용은 대당 3000만원으로, 신형기기로 교체작업도 쉽지 않은 문제다.

한편 경찰도 이번 시연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금융기관들이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며 한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경찰이 이 프로그램 도입방침을 밝히면서 정작 금융권과 아무런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무작정 금융기관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ATM이 발달한 선진국 사례 등을 참조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최근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을 계기로 마스크 등을 얼굴을 가린 채 타인 카드로 예금인출을 차단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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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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