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패러다임 전환 계기-규제 틀 변화 가속화
정부가KT(65,900원 ▲1,400 +2.17%)·KTF 합병을 최종 인가했다. 전주 및 관로 등 필수설비 제도 개선과 시내전화 및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절차 개선 계획, 그리고 무선인터넷 접속체계 개선안을 제출하라는 조건이 부과됐다. 표면적으로는 KT가 원치 않은 결과지만, 이미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없는 결과라는 평가다.
KT는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KTF와 합병을 최종 승인받고, 본격적인 합병KT 출범을 위한 조직개편에 착수할 계획이다.
◇KT합병 인가조건 독인가 득인가?
18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회가 결정한 KT-KTF 합병 인가 조건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경쟁사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KT에 불리하다.
하지만 KT도 제도 개선의지를 밝혔고, 무엇보다 개선안을 KT 스스로 제출토록 하는 자율성을 부여받았다. KT는 90일 이내 제도 개선안을 제출,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방통위는 KT 필수설비의 구조분리나 망 분리에 대해 "그럴 사안이 아니며 FTTH를 필수설비로 지정해달라는 후발사의 요구 역시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쟁사의 망 분리요구에 대해 방통위가 입장을 정리해준 셈이다.
시내전화 및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절차 개선 계획 역시 60일 이내 개선안을 제출, 승인받아야 하고, 무선인터넷 접속체계의 합리적 개선 및 내, 외부 콘텐츠 사업자간 차별을 하지 않도록 한 조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무엇보다 와이브로나 IPTV에 대한 별도의 투자 의무도 빗겨갔다는 점도 KT의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방통위는 "기존 와이브로 사업권 허가 당시 이행계획서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밝혀 와이브로 투자 촉진을 계속해 추진할 것을 내비췄다.
◇유선 시장 지배력 고착화될까
합병KT는 '시내전화 + 이동전화 +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등 약 4100만(중복)에 이르는 국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기업이 된다.
반KT 진영에서는 합병KT가 결합서비스나 차세대 서비스 등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여전히 '보수적인' 유선 전화 가입자를 기반으로 KT의 지배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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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 회사에서 유, 무선 통신 상품은 물론 방송서비스까지 보유함에 따라 어느 기업보다 경쟁력 있는 유무선 결합 상품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결합상품에 대한 가격규제는 KT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SK텔레콤의 이동전화에만 해당된다. 동등하게 제공해야 하는 KT 시내전화와 초고속 상품의 할인율을 낮게 하고, 이동전화나 IPTV의 할인율을 높게 책정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서 각각 5%를 할인하면, 이동전화는 52.3%까지 할인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KT가 '합병 위력'을 당장 발휘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합병KT가 일사불란한 마케팅 정책을 펼치기에는 조직안정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미 합병 과정에서 '마케팅 戰'에 대한 우려가 크게 일었기 때문에 방통위가 당분간은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KT가 함부로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여기에 KT가 합병비용을 얼마나 부담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막상 합병이 끝난 후엔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LG·SK 내부 '교통정리'도 이어질듯
어쨌든 KT합병은 국내 통신 시장이 일대 변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방통위는 KT 합병으로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KT는 '제도 개선'을 수용, 새로운 경쟁 환경에 대처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합병 인가 조건으로 부과된 필수설비 공동활용 개선 작업이 뒤따르게 돼 유선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시내전화 및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 개선도 같은 맥락이다.
또, 방통위가 공정경쟁 환경조성을 위해 설비나 유선 번호이동 제도를 개선하는 것 외에도 회계제도에 대한 개선도 추가로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합병으로 인해 발생할 경쟁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규제기관의 의지를 밝힌 셈이다.
LG나 SK 통신 진영 모두 그룹 내부 통신 사업에 대한 정비를 준비 중이다. KT합병이 마무리될 시점, 경쟁사의 전열정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펼쳐온 규제정책 역시 역무별 엄격한 '칸막이 규제'였다면 앞으로는 이 틀 자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의 규제 철학은 역무철폐, 사후규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방송서비스를 포함, 단일한 규제 정책을 적용하자는 방향이다.
KT합병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 시장이 형성되는 단초이자 국내 통신 규제 정책 변화의 첫 신호탄인 셈이다.